"내가 수시 결과가 나오면 바로바로 알려달라고 얘기를 여러 번 했는데, 재촉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메시지를 보낼 힘도 없겠지... 1단계 통과하면 면접 준비를 도와주고, 통과를 못했거나 예비순위가 낮으면 4년제 정시나 전문대 수시 2차를 도와주려고 그런 건데, 너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해.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하면 좋겠다는 거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더라. 오늘부터 온라인수업 기간인데, 나랑 개인톡으로 계속 소통하면서 질문도 하면 좋겠다.^^"
학급 단톡방이나 교실에서 전체 아이들에게, 혹은 개별적으로 '수시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줘'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거든요. 왜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해보니까 저부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19년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 무슨 정산을 하듯, 사무적으로 말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은 붙었는데, 다른 친구는 계속 떨어져서 교실에서 얘기를 하지 않았던 사려 깊은 아이도 있었답니다.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아요...
그래서 진학 결과를 취합해서 보고해야 하는 부담감과 조급함, 아이들이 제대로 알려줄까 하는 불신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한 마디를 더 했습니다.
"수시 결과는 나중에 수능 끝나고 결과가 다 나오면 한꺼번에 알려줘도 되는데, 혹시라도 잠수(?) 타는 사람이 있을까 봐 쪼끔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 믿는다."
예전에 고3 담임을 할 때는 매일 밤 10시까지 야자 감독하고, 토요일도 아이들이 나와서 자습해서 많이 힘들었지만 소소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토요일 하루 종일, 교사와 학생이 합심해서 합법적으로 땡땡이를 치기 위해, 점심때 모둠별 요리경연대회를 하고 이어서 체육대회를 해서 열심히 놀았지요. 또 평일에는 저녁 먹고 야자 하기 전에 아이들을 꼬셔서 배드민턴도 치고, 모둠별로 상담을 한다며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 사 먹고 수다를 떨기도 했습니다.
추억 어린 사진을 몇 장 꺼내보다가 몇 가지 다짐을 하게 되었어요.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나면 가끔은 아이들을 꼬셔서 땡땡이를 치면서 계절의 변화도 피부로 호흡하고, 군것질도 하면서 그냥 그 시간을 온전히 함께 즐기자라고요. 사무적인 태도는 멀리 내다 버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