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움의 시작은 '판단 중지'로부터

-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강연 후기2

by 글쓰는 민수샘

교사나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알려주고 싶을 때 가장 난감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거나, 자기 말만 늘어놓거나, 듣는 척만 하는 경우가 아닐까요. 아이들이 도대체 왜 그럴까, 고민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우치다 선생님의 최근 강의에서 진정한 듣기, 즉 경청이란 '판단 중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 '판단 중지'는 태도를 뜯어고치거나 훈련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지적 작업'이라는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위기의 시대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은 더욱 요구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말씀을 조금 옮겨봅니다.


"평상시 일상생활을 할 때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자신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행동해도 관계없는데, 비상시에는 자신의 판단 기준만 가지고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 경험, 판단 기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과잉된 자아를 가지고 자신의 판단 기준을 밀어붙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응에 있어서 미국과 브라질의 대통령이 그런 종류의 사람입니다.)

이러한 '정상성 바이러스'는 개인의 시점에 눌러 앉는다는 뜻으로 다른 말로는 '주관성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위험성을 갖고 있습니다. 내 주위에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여기에 속합니다. 자기 몸에 일어나지 않는 것은 믿지 않으려는 사람입니다.

평상시에서 비상시로 전환하는 것은 고도의 지적 작업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평상시의 자신의 생각을 괄호 안에 넣고 일단 판단 중지를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중요하다는 넓고 부드러운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판단 기준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판단 기준을 늘어놓고 서로 견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비상시에 취해야 하는 사고의 패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배움의공동체 연수에서 사토 마나부 교수님의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때, '배움은 듣기로부터 시작된다'라는 당연한 말씀을 강조하셔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모둠활동을 해보면, 자신의 기존 판단을 중지하고 진심으로 다른 친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을 찾는 것이 어려웠지요.

우치다 선생님의 말씀을 약간 응용해보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강의식 수업은 평상시 상황이고 모둠활동은 비상시 상황일 수 있겠지요.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서 강의를 듣기만 하다가, 모둠활동에서 대화를 시작하면 '정상성(주관성) 바이러스'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모둠활동에서 토의해야 하는 주제가 낯설고 수준이 높은 경우에는 비상벨이 마구 올리는 시국으로 확실한 전환이 일어난 것입니다.

진정한 배움의 경험이 적은 아이들은 비상시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기 힘든 것 같아요. 자신의 관점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취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공동체는 생존에도 유리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공부를 잘 하고 능력이 많은 아이들이, 트씨 가문의 아들 럼프처럼 과잉된 자아를 버리지 못하고 '떼쓰는 어른'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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