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 교과세특은 대학보다,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것

by 글쓰는 민수샘

올해 1월에 제가 올렸던 교과세특 기록에 관한 글에, 며칠 전 흥덕고 졸업생 한 아이가 고맙게도 긴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2016년에 졸업한 아이인데, 제가 입력해 준 내용을 인용하면서 "지금까지도 생기부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우울할 때마다 꺼내보는 이유는 제게 힘이 되는 말들은 다 여기 써있거든요. 저의 성취보다 성장을 발견해주신 쌤들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고요,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해주었답니다.


20대 중반이 되었을 그 아이에게 선생님들이 적어준 생기부 기록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힘을 준다니, 정말 기쁘고 뭉클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당연한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지요. 바로 '생기부는 대학보다, 아이들이 읽고 용기를 내라고 쓰는 것'임을요.


https://blog.naver.com/koris1/221760063905


오늘은 교사들의 단톡방을 통해 알게 된 서울대 합격생의 생기부 기록을 볼 수 있는 웹진에 한 번 들어가 봤습니다. 참여마당의 <나도 입학사정관>이란 코너에서 3명의 사례를 보고 A, B, C로 평가를 해보는 형식입니다. 한 명씩 출신 고교, 내신 성적, 생기부 기록, 자기소개서 등의 일부가 소개되어 있어요.


서울대생이 되었을 아이들의 교과세특을 쭉 읽어보니, 한 명 한 명 학생의 모습도 보이지만 그 아이를 지도한 선생님들의 모습과 학교의 수업문화도 오버랩되어 보여서 흥미로웠어요. 아이들이야 다 우수하고 훌륭하지만, 서울대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생기부를 꺼내서 읽어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교과세특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교사 주도의 수업과 학생 개인 탐구와 발표를 주로 하는 학교에서는, 교과세특 문장의 서술어도 다 비슷했어요. '~을 발표함. ~ 내용이 참신함. ~을 명확히 제시함' 등이었죠. 특히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을 읽고 ~을 근거로 제시하여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토론왕으로 선정됨.'이란 기록을 보니 조금 씁쓸하기도 했고요. 토론의 왕이 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닌데, 하는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또 다른 학생의 기록에서는 '조별 학습시간에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을 기대하는 학생들에게는 쓴소리를 하는 단호한 모습을 가끔씩 보여주기도 함'이란 기록에도 시선이 멈췄어요. 쓴소리를 해야 하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아닌가, 아니 그전에 무임승차를 하지 않도록 조별 활동을 잘 구성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의식의 흐름을 쫓아 튀어나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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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학생이 읽어보면서 흐뭇해하고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기록도 간혹 보였습니다. '영어 모둠 수업에서 ~ 평소의 조용하고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열정적인 팝스타의 역할을 수행함'이란 기록은 일거양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훌륭한 표현인 것 같아요. 물론 당사자도 'ㅋㅋ 내가 그랬나?'하며 식었던 열정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겠지요.


또 다른 학생의 기록에서는 '~생동감 있는 연기와 정확한 발음으로 교우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찬사를 받음'이란 표현도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대에서도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며 찬사를 받고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혹시라도 이 학생이 힘들고 지칠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선생님의 이 한 마디가 참 좋았습니다.


저도 고3 수업 2학기 교과세특과 담임반 아이들 종합의견을 적어줘야 합니다. 대학도 인정하지만, 아이들이 더 좋아할 기록을 위해 올해도 '사서 고생'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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