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보다 '행복학교'라는 이름이 좋은 이유

by 글쓰는 민수샘

경기도 내에서 다른 지역교육청으로 옮기면 교육청이 발령을 낸 학교로 가야 하는데, 혁신학교에 처음 발령받은 선생님들이 당황하는 것도 혁신이란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혁신학교 1년 차와 내년에 혁신학교를 시작하는 학교에 초대받아 강의를 몇 번 다녀왔습니다. 용인의 중학교와 수원의 고등학교, 경기도 농어촌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까지 다양했네요.

그런데 두 개의 혁신학교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작년까지 혁신교육부장을 3년 했지만, 혁신학교의 좋은 점과 운영 사례를 1시간 반 정도의 짧은 시간에 말씀드리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혁신학교에서 경험한 행복을 간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저는 '혁신학교'보다 '행복학교'라는 이름이 더 좋습니다. 경기도 외에 다른 교육청은 혁신보다 행복이란 이름을 더 많이 쓰고 있기도 합니다. 경남 '행복학교', 인천 '행복배움학교', 강원 '행복더하기학교', 충북 '행복씨앗학교'처럼요.



'행복학교'가 더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혁신학교를 잘못 이해하면,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도 '우리 학교는 혁신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교사들이 지칠 수도 있지요. 반면에 행복학교에서는 '우리 학교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던지면서 조금씩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혁신학교를 '활기찬 학교, 행복한 교실,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미래지향적인 학교 모델'로 소개하고 있어요. 경기도에서 처음 생긴 혁신학교가 모델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현재도 경기도의 혁신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행복'이란 단어가 부러워서 진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네요. 교사 개인 차원에서도 혁신보다는 행복이 더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경기도 내에서 다른 지역교육청으로 옮기면 교육청이 발령을 낸 학교로 가야 하는데, 혁신학교에 처음 발령받은 선생님들이 당황하는 것도 혁신이란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혁신학교가 아니라 이름이 행복학교라면, '이제 나도 혁신해야 되는가'라는 생각 대신에 '이제 나도 행복해야 되는가'라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2월 워크숍에서 자신이 발령받은 행복학교 선생님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그래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어'라는 희망을 마음속에 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혁신학교의 이름을 가지고 딴죽을 걸어 봤는데요, 제가 신규 혁신학교 연수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 '행복해질 준비'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민주주의, 학생 인권, 창의적 교육과정 모두 중요하지만, 이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힘들고 외로워서 단 한 명의 선생님이라도 '불행하다'라고 느끼면 안 되겠지요. '나는 행복한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행복한가?' 혹은 '나는 왜 힘든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어떨 때 불행한가?'와 같은 질문을 함께 던지고, 긴 호흡으로 함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 혁신학교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롭게 혁신학교를 시작하는 선생님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때로는 같은 이유로 '행복해질 준비를 하는 학교'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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