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진정한 전문가는 '평교사'입니다.

by 글쓰는 민수샘

지금까지 19년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일개 평교사가 무엇을 바꿀 수 있겠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자조적인 표현이지요. 또 '나이도 들어가는데 언제까지 평교사만 할 수 없잖아요?'하는 걱정(?)의 말도 꽤 들었고요.

찬바람이 불면서 학교에도 승진에 관한 대화가 오고갑니다. 교무실에서 앉아 있으면 듣기 싫어도 들리는 말들입니다. 저도 어느덧 장학사나 교감이라고 소개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습니다. 더 나이가 들면 주위 사람들이 제가 계속 평교사인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이 가끔 듭니다.

그런 상념이 다시 고개를 들어서, 사전에서 평교사를 검색해보니, '특수한 직무나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보통의 교사'라고 나오네요. 기분이 좋지 않은 정의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 '보통의 교사'가 학교에서는 가장 전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사권과 예산권을 가진 교감, 교장이 아니고 교육정책을 만들고 학교를 평가하는 교육청의 장학사도 아니라서 오히려 마음만 먹으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전문적'이란 '창조적'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진정한 전문가란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로 평가받는다는 말도 떠오릅니다.

수업을 디자인하고, 학급을 경영하고, 교내외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바로 평교사들입니다. 평교사보다 숫자는 적지만 교감, 교장, 장학사들이 하는 일들은 거의 비슷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평교사보다 많지 않습니다. 창의성을 발휘하고 싶어도 규정을 지켜야 하고 다른 학교나 교육청에서 하지 않는 일을 하려면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에 비해 교사에게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규정을 따를 수 없고, 매뉴얼에 나와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엇이 진정으로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교실 속 수업과 학급운영이 한 편의 노래라면 교사는 그 작품의 작사, 작곡, 편곡자, 안무가인 동시에 가수입니다. 교사가 직접 호흡을 함께 하며 아이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라면, 교사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고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자 아이들을 감동시키는 배우와 비슷한 존재입니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한참 멀었다는 자각을 올해 특히 많이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것, 소박하지만 모두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 주위 동료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 다 부족한 한 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와는 다른 내년의 저의 모습을 벌써부터 상상하게 됩니다. 이것이 평교사로 살아가는 맛과 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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