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전날, 고3 아이들 이름으로 이행시를 써봤어요.

by 글쓰는 민수샘

코로나19로 어렵게 수능을 보게 된 고3 담임반 아이들에게 초콜릿만 주기 뭐해서, 간단하게 응원문구를 적어주려다가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아이들 이름으로 이행시를 지어서 붙여주었어요. 성까지 삼행시를 짓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 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답니다. ^^; 내일 수험표를 나눠주면서 함께 손에 쥐여주려고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저를 도와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고, 제가 발견한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니까 제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스티커를 붙이며 30명 모두건강하게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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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예산으로 초콜릿과 핫팩을 준비했는데, 학교 근처의 어떤 지역 인사께서 마스크, 손소독제와 초콜릿이 든 응원 물품도 보내와서 아이들에게 가방을 챙겨오라고 메시지까지 보냈어요. 응원물품 안에는 '흥덕고 고3 수험생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들어 있었는데, 내용도 완전 감동이었지요.


수능대박이란 말은 한 마디도 없었고, '대학시험은 내 인생에 지나가는 조금 영향력 있는 중간 점검'일뿐이라면서 '어떤 기회가 어떻게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하며 노력하다가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으면 되는 거고. 그 기회가 수능인 사람도 있겠지만, 아주 아주 극히 일부란 걸 알아줬음 해'라는 말이 대박이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수능 전날인가, 제가 썼던 '수능소박'이란 시(?)를 찾아봤어요. '부자 되세요~'만큼 어떤 아이들에게는 부질없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폭력적인 말인 '모두가 수능대박하자'란 말을 그만했으면 합니다. 경쟁이 심하고 눈치 볼 것도, 유혹도 많은 이 나라에서 수능을 볼 나이가 될 만큼, 그동안 건강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 알아 주고 격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냥 소박하게 말이죠...



수능소박



대박말고 소박하게

제발 소박하게

모두가 대박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왜 이리

대박 대박 대박하는지


저마다 살고 싶은 삶을

이루고 싶은 꿈을

응원해 주고 싶다

내 손을 데우고 내 눈을 맑게 닦고

아이들의 거칠어진 손을 잡아주고

흔들리는 아이들의 눈빛에

따뜻하게 눈맞춤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저마다 나누어가진 평등한 공기처럼

우리에게 선물했던 그때의 눈물처럼

소박하게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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