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를 말합니다. 'X세대'인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학교에 만나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인데, 사실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어요.
"이들은 기존의 가치나 관습에서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또한 각종 다양한 대중매체 발달의 시대라는 영향을 강하게 받아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과소비와 향락을 추구하며, 대중문화에 열광한다."
위에서 말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눈치채셨나요? '포노 사피엔스'가 아니라 'X세대'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ㅎㅎ X세대보다 더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지만 (슬프게도) 과소비와 향락은 고사하고 평범한 삶의 즐거움도 추구하기 매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포노 사피엔스'이지요.
90년대 젊은이들에게는 모두가 공감하는 꿈과 그것을 가까운 미래에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2020년을 살아낸 10대, 20대 청춘들에게는 한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어쩌면 유일한 위안거리가 된 것 같습아요.
이런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SF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요란한 구호'에 영향을 받은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상업적인 관점에서 <포노 사피엔스>를 새로운 소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시장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비즈니스 전략을 정리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흥미 있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긴 했어요. 제조업으로 흥한 우리나라 기업이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고, 교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못 본 척하고 예전 교과서만 줄줄 읽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에서 포노 사피엔스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에 대해 기술한 부분은 매우 상식적인 말이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성공의 비결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답'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좋은 인재가 되고, 사람을 잘 배려할 줄 알아야 성공하는 인재가 됩니다. 조직도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고 기업도 진심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도 위선적 포장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단언이 가능한 이유는 이제 우리는 '비밀이 없는, 있더라도 오래가지 않는 시대'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서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단순한 말실수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고, 기업가의 거짓말 하나가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의 소제목이 '디지털 문명의 인의예지'입니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구글과 아마존에 맞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산업을 선도할 IT 전문가나, 애플과 테슬라에 맞서 더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국내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부모님 세대에도 있던 직업인 요리사, 미용사, 자동차 정비사, 디자이너, 자영업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아이들의 부모님, 아니 조부모님들이 그렇게 사셨듯이, 우리 아이들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면 큰 어려움 없이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요.
그래서 졸업을 며칠 앞둔 고3 아이들에게, 특히 전문대학에 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최고의 인재상은 '훌륭한 사람', '인의예지'를 체득한 사람이래. 착하고 정의로운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며, 세상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지혜롭게 살면 돼. 악착같이 일해서 대박 나고, 체인점을 내서 빌딩을 살 만큼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