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보다 확실한 마음의 백신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에게, 지인들이 "회사 가지 않고 집에서 취미 생활도 하며 편히 지내지 않아?"하고 물어본다면 화를 낼 분들이 많겠지요. 특히 '편히'라는 말에서 욱하는 것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학교 가지 않고, 스마트폰 실컷 하면서 편히 지낸다"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 겉으로는 편해 보여도, 진짜 '편히' 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아이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어른들이라면 김현수 원장님의 책, <코로나로 우리 아이들이 잃은 것들>을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부제인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 보고서'를 읽는 기분으로요. 학생들의 마음뿐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에 대한 기록과 분석도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부분 중에 몇 군데를 소개합니다.
어른의 걱정은 오로지 학력뿐인가? 02 : 학력 중심 담론 (143쪽)
코로나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걱정이 되는 일은 공부를 안 하는 것, 공부를 못 하는 것이라고 하면 일단 아이들은 콧방귀를 핍니다. 아이들의 불안, 걱정, 우울, 그리고 여러 어려움은 제처두고 이 시기에도 학력이 뒤처지는 것을 최우선에 두는 교육부나 어른들의 태도에 아이들은 일단 놀라는 반응, 기가 찬 반응을 보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온 교사들의 마음 기록 (166~167쪽)
· 내 자식은 내버려둬야 했다. 많은 새로운 일을 하려다 보니까 정작 내 자식을 챙기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마음이 아팠다.
· "전쟁 통에는 천막을 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라고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코로나 시절, 테이프로 동선 만들고, 아크릴 설치하고, 마스크 쓰고 가르친' 이 현실을 왜 국민들,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감동으로 전달되지 않을까.
교사가 정말로 힘들었던 5가지 (173쪽)
현장 강사와 원격 강사, 그리고 방역 전문가 역할을 넘나들고 돌봄 행정 지원과 상담 업무까지 소위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의 교사들이 유능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상황과 정체성을 가로지르면서 일한다는 것은 번아웃으로 접어들 수 있는 길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자기 돌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의 결핍, 지역사회의 중단 (188~189쪽)
아이들에게 학교에서의 삶은 교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확장되어 있습니다. 교사들이 학교에서의 삶은 수업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생각한다면, 학생들은 친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생각이 과제 중심적이라면, 학생들의 생각은 관계 중심적이지요. 수업과 함께 중요시되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핍과 중단, 부재가 모이고 모여 만나는 결과는 자기와 자아의 약화, 그리고 해체입니다.
담론의 과잉과 불안 시대의 도래 (193~194쪽)
많은 교사들이 혼란과 결핍,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는데, 그 위에 미래 담론이라는 짐까지 얹힌 기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드러난 문제들, 과제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 저 높은 언덕 위에서 모이자고 하니 교사들은 괴로울 지경이라고 합니다. 때로 교육부, 교육청은 그런 담론을 제시하는 화자와 연사들을 선각자처럼 환대하니, 평교사들의 소외감과 피로감은 더 커지는 것 같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2021년에 처음 읽을 책으로 이 책을 선택하길 잘 한 것 같아요. 1월 1일이 끝나가는 지금,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코로나 시기 아이들의 외로움, 잔소리, 일상 유지, 결손, 중독 트라우마'를 회복하기 위한 5가지 백신이 참 마음에 듭니다.
'친구 백신, 격려 백신, 규칙 백신, 안심 백신, 조절 백신'을 저부터 맞고, 집에 아이들과 2021년에 학교에서 새롭게 만날 아이들에게도 맞게 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 백신보다 먼저 우리들에게 필요한, 참 확실한 백신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