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안내장에서 '주요 대학 진학현황'을 없애자!

- 왠지 슬픈 <나 홀로 캠페인>입니다. ㅠ.ㅠ

by 글쓰는 민수샘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가장 슬펐던 해에 저는 3학년 부장을 맡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생명, 존재의 소중함을 가슴 저리게 느꼈던 1년이었습니다.


학급 대표들로 만든 졸업식 준비위원회 아이들이 '여운, 여기서 보낸 운명 같은 3년'이라는 멋진 주제도 만들어주었지요. 학급별 영상, 후배들과 교사들의 졸업식 축하 공연 영상은 지금 봐도 재미있고 추억 돋습니다.


저는 졸업식날 학생, 학부모님과 외부 손님들에게 나눠드릴 안내장을 만들면서 고심을 좀 했는데요. 1, 2회 때처럼 '주요 대학 진학현황'은 당연히 넣지 않기로 했지만, '대학 진학 현황' 전부를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생각보다 아이들의 진학률과 진학한 대학들이 좋았거든요.^^; 4년제, 전문대 모두 포함해서 가나다순으로 'OO대 1명, **대 2명' 이런 식으로 다 적는 거지요. 혁신 고등학교의 진학 결과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시고, 홍보 효과도 있을 것 같다는 다른 선생님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요? 유혹(?)을 떨쳐내고, 대학 진학현황 대신에 졸업생 '254명 모두의 이름'을 한 면에 다 넣었답니다. 안내장 파일을 다시 열어보니,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가 새롭고,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대학 이름이 이 칸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가지지 못했을 따듯~한 마음입니다.


2020년도 모든 아이들에게 힘든 1년이었지요.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 했든, 확실한 꿈이 있든 없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모든 아이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고3 생활을 무사히 마친 아이들이니까요. 그래서 올해라도, 아니 올해부터라도 졸업식 안내장에 아이들이 불쾌해할 '주요 대학 진학 현황'을 없애자고, 나 홀로 캠페인이라도 하고 싶어요.


서울, 수도권 주요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은 그것 자체로 축하를 받은 것이고, 굳이 졸업식에서 진학 결과를 나눠주지 않아도 그 학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주요 대학에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노력해서 합격한 아이들, 대학 자체를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요.


무엇보다 '주요 대학'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저는 그 반대말이 떠올라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2021년을 힘차게 출발하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우리 아이들이 그런 대접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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