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반찬으로 밥 먹기- 2021년 첫 번째 다짐

by 글쓰는 민수샘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2018년에 고2 고전 수업에서 이 책을 중심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수업을 하기도 했었지요. 저도 그랬지만, 아이들 역시 숲속이 아니라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 백화점에 자주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지만, 모두에게 성찰이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koris1/221358717357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나니, 내년에는 다시 이 주제로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올해 온라인 수업과 재택 근무의 영향으로 오히려 소비가 늘었거든요. IT 기기를 비롯해서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란 카드를 너무 자주 써먹은 것 같습니다. ㅋㅋ

특히 12월에 재택 근무를 많이 하면서 먹고 마시는 것에 집착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배달, 포장, 마트의 즉석 음식 사재기(?)를 많이 했지요. 집에서 별로 한 일도 없는데, 혼술을 안 하고 자면 왜 허전할까요?

그러다가 며칠 전 아침에, 혼자서 귀찮기도 해서 '차돌박이 된장찌개' 하나로 밥을 먹었는데, 오래된 진실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갓 지은 밥은 아니지만 쌀밥의 은은한 고소함도 좋았고, 마트에서 산 반조리 된장찌개이지만 냉장고에 있던 차돌박이와 새송이버섯을 조금 넣어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먹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더군요. 두부와 무 한 조각까지 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라는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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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때도, 거리두기를 하며 혼자 앉아서 먹는 것이 익숙해졌어요. 내년에는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먹는 즐거움을 다시 찾고 싶지만, 그래도 국과 반찬들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천천히 먹는 기쁨은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편안함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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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에서 박신혜 씨가 갓 지은 쌀밥에 소고기뭇국 하나로 식사를 하며 행복해했듯이, 한 가지 반찬으로 밥 먹는 횟수를 늘려보려고 합니다. 아, 김치는 반찬이 아니잖아요? 박신혜 씨는 김치도 못 먹게 해서,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지만, 김치 플렉스쯤은 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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