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학력상승을 추구하지 않는 것

- 강릉 초등학생들의 놀라운 수업을 보며 배운 점

by 글쓰는 민수샘

오늘 가장 반가운 뉴스는 강릉의 초등학생들로부터 날아왔습니다. "플라스틱병 재활용을 쉽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으로 188명의 아이들이 대기업에 손편지를 써서 답장을 받았다는 기사입니다. 아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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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학생들을 움직이게 한 동력이 됐다. 손쓸 수 없는 재난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환경오염으로 또다시 비슷한 고통을 겪을까 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잖아요. 나중엔 환경이 파괴되고 공기가 나빠져서 또 마스크를 쓸까 봐 걱정이에요.”

학교에 가는 날이면 종일 마스크를 쓰느라 답답했다던 고윤태군은 이런 걱정을 털어놨다.

“지금 학생들은 마스크를 끼고 등교해서 짝꿍도 없이 외딴 섬처럼 수업을 들어요. 점심시간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요. 큰 재앙 이후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학생들의 편지쓰기를 지도한 교사 김은영(24)씨의 설명이다.


바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아이들의 영혼을 흔든 것입니다. 거대한 세상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낀 아이들은 배움의 동기가 충만해졌고, 코로나19와 환경문제를 연결해서 정부와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는 직접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상상력과 연대의식, 실천력을 하나로 모으기까지 교사의 역할이 컸겠지요. 위의 인터뷰에도 나와있듯이, 코로나19로 주제로 수업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이끈 것은 역시 선생님이었습니다. 혼자만의 불안과 두려움은 세상으로부터 더욱 개인을 고립시키고 이기적으로 만들지만, 공공의 장에서 서로 불안과 두려움을 나눈다면 공감과 위로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 가만히 있지 말고 우리 힘을 합쳐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도원결의 같은 다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공공성, 민주성, 탁월성을 추구하는 배움의공동체로 만들자고 주장하신 사토 마나부 교수님은 교사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학력격차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교사들이 학력상승을 수업의 목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코로나19와 환경 문제를 따로 배우고, 각각 평가를 해서 점수가 낮은 아이들을 개별 지도하는 것이 학력격차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진정으로 의미가 있는 수업 주제라면, 쉬운 것을 반복하며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수업보다 더 깊이 몰입하고 친구들과 더 많이 소통합니다.

학력상승만이 학교의 목적이라면 정량적인 목표를 정하고 모두가 같은 것을 공부해서, 시험을 통해 점수 변화를 확인하는 것에 그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준 높은 수업 주제를 아이들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해 교과 지식과 원리를 모둠활동을 통해 익히고, 저마다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하는 진정한 배움은 아이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절로 학력도 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위기의 시대에 교사가 학력상승을 강조한다면 아이들은 각자도생하기 위한 공부에 치우쳐서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게 되고, 오히려 학력격차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두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찾고 소박하지만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활동으로 나아가는 배움은, 잠든 아이들이 저절로 깨어나 수업 참여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협력 활동을 통해 학력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강릉 연곡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더 멋진 이유는, 수업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손편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느낌을 소중히 여기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발산하게 한 선생님께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초등학생들이라 가능했던 수업이 아닙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사랑하는 아이들이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가능한 수업입니다.

저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2 아이들과 함께 읽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에게 손편지, 아니면 메일이라도 써서 정부나 국회에 보냈으면 더 좋았겠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참여하는 배움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2021년 수업 디자인을 시작해야겠습니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5314.html#csidx0cf728625ad8bbba53d729837c761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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