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8일, 흥덕고 9회 아이들은 졸업을 했습니다. 아침에 영상으로 졸업식을 대신하고, 오후에 학교에 온 아이들은 학급별로 담임선생님께 졸업장과 앨범, 기념품을 받았지요.
아이들이 3년 동안 교문을 통과해서 올라오던 계단에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지만, 왠지 마음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창밖처럼 차가웠습니다. 고3 아이들의 생기부에 적힌 '수업일수 178일, 원격수업일수 79일'이 보여주듯, 99번째 마지막 등교일이 졸업식 없이 졸업하는 날이 되었네요.
졸업식을 못 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 아침조회를 학급 단톡방에서 하면서, 졸업소감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을 남겨달라고 부탁했어요. 졸업식 영상을 보면서 소감을 남겨달라고 했더니, 역시 수줍은 많은 우리 반 아이들은 '1호가 될 수 없어'라는 마음인지 30분이 지나도 무소식이었답니다. 그래도 한 명이 용기 내어 메시지를 남기니까 기다렸듯이 계속 올라왔어요. ㅋㅋ
자기들도 너무 아쉬운지 학교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눈 쌓인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교무실로 올라왔습니다. 고3 담임을 하며 생긴 루틴(?)으로, 조용한 교무실에 앉아 아이들 몇 명이 주고 간 손편지를 읽어 보았어요. 가장 쓸쓸하면서도 행복하고, 모두에게 미안하면서도 고생한 보람이 있는 순간입니다. 손편지 속에는 아이들이 기억하는 제가 '담임선생님으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들어있었습니다.
"학교에 들러서 3학년 첫 모의고사 문제지를 받을 때 제 담임선생님인지도 모르고 실수로 지나칠 뻔했는데, 선생님께서 먼저 마스크 벗고 밝게 웃으시면서 인사해 주셔서 너무 기뻤고 감사했어용!"
"선생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친구들과 우리 민수쌤은 이런 분이실거다, 하고 많이 추리를 했었어요. 저는 되게 재미없고 잠 오는(?) 선생님일 것 같다고 추리했었는데 (죄송해요 ㅠ.ㅠ) 제 예상과는 정반대로 수업도 진짜 재밌고 이 시국에 알맞게 선생님만의 수업을 이끌어 가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손편지를 읽고나니 그 아이의 가장 멋있고 예뻤던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씩 웃었어요. 그리고 작년 2월부터 모니터 옆에 붙어있던 학급 명렬표를 떼어내서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눈에 담으니, 역시나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좋았던 모습만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러고 보니 아이들 모두가 제게 선물을 남기고 떠났네요.^^
이렇게 2020년 고3 담임교사의 1년이 끝났습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놀러 와. 나는 우리 학교를 계속 지키고 있을게'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가 추위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진짜 스무살이 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환한 얼굴로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민수쌤~"하고 부르는 목소리를 빨리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