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끔 주고받는 썰렁한 농담 중에 "수업만 안 하면 교사도 할 만 한데"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공문 작성 안 하고 수업만 하면 교사가 더욱 할 만할 텐데"라는 쪽입니다. 아무래도 공무원보다는, 그냥 학교 선생님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꼭 필요한 공문은 작성해서 보고해야 하고, 학교의 교육활동을 더욱 풍성하고 수준 높게 채우기 위해서는 학생회나 학부모회, 체험학습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제대로 해야겠지요. 수업은 교실 속에서 교사 혼자 기획하고 실천하는 소극장의 연극 같은 매력이 있지만, 수업 외적인 업무들은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처럼 여러 개의 부서들이 이견을 조율하며 협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담당교사가 아니면 잘 모르는 업무 처리의 고충도 많겠지요.
어젯밤에 몸과 마음의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로 쓴 '사실 나도 우아하고 싶었다'를 다시 읽어보니 감정 과잉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선생님들의 애쓰는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비공개' 처리할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교사의 우아함에 대해 더 생각해 보았어요. '우아하다'의 사전적 정의가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라고 했지요. 사전을 더 찾아보니 '고상하다'는 것은 '품위나 몸가짐의 수준이 높고 훌륭하다'라는 뜻이라서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 땀을 흘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우아함의 또 다른 정의인 '기품이 있다'는 것은 '고상한 품격과 품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아름답다'는 것은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한 데가 있다''라는 뜻이니 아이들을 위해 뛰어다니는 교사들이 머리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지고 땀 냄새가 좀 나지만, 오히려 더 품격이 높고 훌륭하며 갸륵한 분들이 아닐까요? (물론 저는 부탁을 잘 못해서 혼자 끙끙대고, 공문을 대충 읽고 놓치는 것이 많아서 뛰어다니지만요. 수업 준비물 중에 하나를 빼놓고 와서 다시 교무실로 뛰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다행히 요즘은 제가 신규교사 때처럼 뛰어다닌다고 잔소리하시는 교장선생님도 없고, 공문의 문장부호나 띄어쓰기가 틀렸다고 핀잔주는 교감선생님도 없습니다. 그러니 드라마 <블랙독>에서 서현진이 연기한 고하늘샘처럼 학교 안을 심하게 뛰어다녀도 충분히 우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수업에 도전하느라, 다른 교무실에 가서 동료 교사와 소통하느라, 한 명의 아이에 대한 고민으로 갈팡질팡하느라, 공문을 못 챙겨 전력 질주를 하더라도 고상한 품격이 있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