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는 클라스> 200회 특집을 보고
코로나19 이후에 어쩔 수 없이 도입한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서 아이들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거나 아무 이유 없이 비디오를 끄고 있으면, 결과 처리하는 규정이 거의 모든 학교에 생겼습니다.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출석 인정을 위한 규정은 필요하지만, 고등학생의 경우 하루 7시간 수업 내내 자신의 얼굴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 것이 극기훈련처럼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차이나는 클라스> 200회 특집 방송을 봤는데, 포스텍에서 철학을 가르치시는 이진우 교수님의 말씀을 듣다가 짜릿하게 꽂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진우 교수님은 코로나19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하면서, '내가 마스크를 쓴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강제에 의한 것이냐, 아니면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마스크를 벗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한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또 다른 징표는 '모든 사람이 한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원하는 태도'인 집단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규칙으로부터의 일탈 행위에 관용을 보이지 않는 것이 집단주의인데,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까지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는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훌륭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ZOOM 수업에서도 무조건 화면을 끄면 안 된다고 강제하는 것보다, 스스로 화면을 끄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엄격한 감시와 처벌을 무기로 아이들을 강제한다면, 수업 자체도 생기가 줄어들면서 참여하고 소통하는 분위기도 경직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동안 교실에서는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한 시간 내내 노트에 낙서를 하고 심지어는 다른 과목 공부를 해도 출석은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 후에 '그 아이가 왜 그럴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하는 교사의 고민과 실천이, 출석인정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남았습니다.
ZOOM 수업에서도 화면을 켜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관용 정책을 취하면서 행동을 강제하는 것보다, 화면을 끄거나 앵글 밖으로 숨는 것을 자제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먼저 대화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디오를 켜든 안 켜든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토의하는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저 역시 까만 화면 뒤에 꽁꽁 묶어 놓은 아이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한 명 한 명과 대화하기 위해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있습니다. 3월도 얼마 안 남았는데, 공문이나 메신저 화면을 보던 눈길을 아이들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돌려서 일대일 대화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예전보다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졌으니까요.
이진우 교수님은 민주주의의 기반은 신뢰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에 도달하고, 도출된 합의를 신뢰해야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말에 100% 동의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ZOOM 수업에서 화면을 끌 자유 역시 누군가가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토론할 문제가 될 수 있겠네요.
아이들이 무엇이든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려면, 상대방과 기본적으로 말이 통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하겠지요. 아이들에게 그런 신뢰를 주고 있는 교사인가, 아니면 코로나19 이후에 생겨난 규칙을 창이나 방패로 삼아 복종과 순종을 요구하는 권력가인가, 이러한 성찰이 필요한 자리에 우리는 지금 서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