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모둠 활동 중에 들려오는 가장 반가운 말은?

- 온라인 수업 중 모둠 단톡방 토의에서

by 글쓰는 민수샘

* 다음 중 아이들의 모둠 단톡방 토의를 지켜보는 저에게 가장 반가운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재미로 한 번 맞혀보세요. ^^ )

① 그러게 헷갈린다.

② 헐 우리 완전 틀렸네.

③ 난 아직 잘 모르겠다.

④ 미안해. 내가 더 공부해올게.

⑤ 남의 의견에 무턱대고 동의하지 말고 의견이 겹치더라도 자기 의견을 말했으면 좋겠다.


이 말들은 모두 박성우 시인의 '두꺼비'를 읽고 진행한 '사이버 모둠활동'에서 나온 것입니다. 고1 온라인 수업 기간에 한 것이라, 아이들은 자기 집에서 모둠 토의에 참여했지요. 시를 한 번 읽고 기본적인 내용 이해를 위해 아래 1~4번을 모둠에서 이야기하고 발표한 후, 점프과제로 6번 표현법을 논의하게 했습니다.


특히 1번은 시의 마지막 행의 ( )에 들어갈 시어를 추리하는 것이라, 작품을 여러 읽으면서 시의 화자와 상황, 정서까지 파악해야 하는 수준이 높은 문제였습니다.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원작의 시어가 있지만, 여러분이 각자 생각한 시어도 의미가 있으니까 자유롭게 추리해봅시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1번을 하지 않고, 2~4번만 모둠활동 과제로 제시했다면 교사가 의도한 '정답 맞히기'가 되어서, 활발한 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교과서 밖의 낯선 작품을 읽고 숨겨 놓은 핵심 시어를 추리하는 활동이니까, 국어 성적이 높든 안 높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처음에 드린 질문의 답을 발표합니다. 제가 가장 반가웠던 말은 '난 아직 잘 모르겠다'입니다. (정답을 맞히신 분, 축하합니다.ㅎㅎ) '에라 모르겠다!'가 아니라, '아직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 안심하며 배울 수 있는 친구 관계가 만들어진 것 같아 기뻤습니다. 배움의공동체 수업에서는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말들은 6번 점프 과제를 해결하며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거친 손을 두꺼비에 비유한 것은 알겠는데,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법인지 다시 모둠에서 의견을 교환하라고 했지요.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물어보면서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도록 말해줬습니다. 그 속에 모둠활동의 진정한 재미와 배움의 가능성이 함께 들어있으니까요.


은유법과 활유법이 헷갈려도 재미있고, 모둠에서 나눈 의견이 틀린 것을 알았어도 유쾌하고, 비유법을 더 쉽게 설명하지 못해서 친구들에게 괜히 미안해하는 아이들의 대화를 보며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게다가 '남의 의견에 무턱대고 동의하지 말고 의견이 겹치더라도 자기 의견을 말했으면 좋겠다'라고 선생님인 저 대신 말해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모둠 단톡방의 대화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교사 혼자 시를 읽고, '여기에 밑줄 쫙~, 이 시어에 별표 두 개!'하며 스타 강사처럼 목청을 높이는 수업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놀라움과 즐거움입니다.






보너스 사진(?)을 한 장 더 소개해드려요. 수업을 하며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시를 제대로 감상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고 싶다고 한 아이의 말이었습니다. 시의 주제, 운율, 심상 이런 것을 가르치는 이유도, 아이들이 시를 읽고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마음먹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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