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생활 20년 동안 가장 길고 다사다난했던 3월이 몇 시간 안 남았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 교사이신 송형호샘께서 단톡방에 아래 시를 남기셨는데 1000% 공감했답니다. ㅠ.ㅠ
교사의 봄은 화장실에서 온다
학부모총회가 끝났다.
화장실 다녀오는 마음이 왠지 후련하다.
손을 씻다 문득 창밖을 보았다.
개나리가 피어있다.
올해도 봄을 화장실에서 맞는다.
30년도 넘게.
3월 31일, 오늘도 저는 여기저기로 뛰어다녔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창밖을 내다보니, 벚꽃 구경을 나온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져 있었습니다. 학급별로 나와서 담임샘과 단체 사진을 찍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였지요. 저는 재작년까지 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다가, 올해 우리 학교로 전근을 온 두 분의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같이 벚꽃 구경을 하러 나갔습니다.
오다가다 안부를 묻긴 했지만 점심도 거리두기를 해서 혼자 먹고 제가 워낙 정신이 없었던 탓에, 3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시며 운동장을 함께 걸을 수 있었어요.
새로 옮긴 우리 학교가 어떤지, 담임반 아이들은 어떤지 수다를 떨다 보니 지나가는 아이들이 벚꽃보다 환하게 웃으면 인사를 건넵니다. 지독했던 미세먼지가 날아갔듯이, 2021년 3월의 힘들었던 기억은 날아가고 좋은 동료와 착한 아이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만 계속 음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