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하우스리스'이지 '홈리스'는 아니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노매드랜드(Nomadland)>를 봤습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후에, 지붕이 있는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모이고 다시 흩어지는 '유랑민의 땅'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연기한 주인공 '펀'도 그렇고,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사실은 깊은 상실을 겪은 후에 스스로 길 위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노숙자(homeless)가 아니고, 그저 주택(house)이 없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펀도 낡은 자동차인 밴에서 생활하는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 아이에게 이렇게 대답합니다.
영화를 보며 home과 house의 차이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대화, 웃음, 휴식, 사랑이 없다면 그곳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는 주택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밴을 집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육체적인 불편을 감수합니다. 지붕이 없을 뿐이지, 그들에게 밴은 추억, 만남, 노동, 위로를 얻을 수 있는 home이 되었습니다. house를 떠나는 것으로 homesick를 치유하는 것이지요.
영화 중간중간에 들판에서, 밴 안의 양동이 위에서 주인공이 배변을 해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여기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꼈답니다. home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보였거든요.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정말 배우가 아니라 유랑민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보여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했고, 아름다운 영상이나 음악까지 완벽한 영화를 만든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 인정이었습니다. 나중에 두 번, 세 번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행복지수가 낮은 우리나라 어른들이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내 집 장만을 위해 평생을 바쳐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정작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웃고 쉬면서 열심히 사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면 어떨까 해요. 내가 소유한 주택이 없어도, 추억을 만들고 기억을 지켜주는 집이 있다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집이 자동차이든, 직장이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붕이 있는 곳이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