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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 교사의 2월 이야기 (1)

by 글쓰는 민수샘

모든 교사의 2월은 불안으로 시작해서 분주함으로 끝이 납니다. 학교를 옮기는 분은 불안이 더욱 심하지요. 옮기지 않더라도 어떤 학년과 학급을 맡게 될지, 어떤 업무를 하며 어느 선생님들과 한 교무실에서 생활하게 될지 떨리고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러다가 업무분장 발표가 나면 그때부터 달리기가 시작되지요. 다른 직장생활도 비슷하겠지만, 교사에게 2월은 뭘 열심히 준비해도 불안하고, 쉬어도 편하지 않은 그런 시기입니다.

특히 모든 담임교사는 학급운영의 경영자이고 모든 교과담당 교사는 수업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2월이 더욱 중요한 것 깉습니다. 지역과 학교마다 지향하는 목표나 분위기가 다르고, 같은 학년과 교과를 맡고 있는 선생님들도 생각과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대로 따라할 매뉴얼도 의미가 없고 롤모델을 찾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2월의 교사는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올해 자신이 추구할 수업과 학급운영의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사색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에서만 20년 가까이 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매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몸상태와 가정의 상황이 다르고, 학교에서 만나는 동료와 아이들이 다르니까 3월마다 참 힘들더라고요.)


- 나는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가?

- 나는 수업과 학급운영을 통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싶은가?

- 내가 교사로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어떻게'에만 치중하면 기법, 재미, 효율성을 추구하다 정보의 바다에 빠져 조난당하고 갈팡질팡하기 쉽겠지요. 잘못되면 일희일비와 조울증을 겪다가 소진되는 것을 느끼면서 학년 초에 마음먹었던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업이나 학급운영을 왜(교육철학) 하고 누가(교육주체)하는 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교육철학은 흔들리는 방향을 잡아주고, 교육주체에 대한 고민은 교사 혼자 애쓰다 상처받지 않고 동료나 학생들을 믿고 의지하는 실천으로 이끌어 줍니다. 수업이나 학급운영 방법이 처음에는 서툴고 허술해도, 교사의 철학이 바로 서면 서서히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교사가 중요시하는 것은 어떻게든 학생들에게 묻어난다’는 말을 믿습니다.


올해 담임을 맡게 된 분이라면, 예를 들어 다른 것을 못 하더라도 '참여와 소통의 즐거움 속에서 자존감 키우기'를 위해서 1년 동안 꾸준하게 아날로그 감성으로 학급일기를 쓰게 하고, 시기마다 마음을 나누는 소박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했으면 합니다. 3월 2일에 교사도 지키기 힘든 여러 가지를 약속을 아이들 앞에서 쏟아내는 것보다, 학급일기로 쓸 두 권의 노트와 학생들이 자신의 올해 소망과 목표를 적어서 담아 놓고 1학기 방학식이나 종업식날 함께 꺼내보는 꿈봉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첨부파일에 제가 사용한 양식을 올렸습니다. 막상 해보면 기대한 것보다는 잘 안 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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