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2월 이야기 (2)
교사 생활 18년만에 집에 아이과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학교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고1 아이들의 임시 담임을 맡은 것이지요. 학업적성진단고사 감독도 하고 가정통신문도 걷고, 교과서도 나눠주면서 두 시간 정도 28명의 아이들을 찬찬히 살펴본 것뿐인데, 어떤 아이를 봐도 제 아들의 친구 같고 누가 불쑥 '아빠!'하고 불러도 '어, 왜?'하고 자연~스럽게 돌아볼 것 같았습니다.
예비소집이 끝나고 교실 정리를 도와준 세 명의 학생에게 사탕도 쥐어주고 나니 올해 1학년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금사빠'족인 것 같습니다. 2년 동안 가르친 아이들을 고3 때도 만나고 싶지만, 학교 상황상 어려울 것 같아서 무척 아쉬웠는데 곧 입학할 풋풋한 새내기들을 보니 가슴이 다시 동당거립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학교에서 워크숍이 있습니다. 그동안 새롭게 가족이 되는 12분의 선생님들을 어떻게 환영할까 하는 즐거운 고민이 많았답니다. 작년에는 드라이플라워 엽서를 일괄 주문해서 선물로 드렸고, 기존 선생님들이 카드에 새로 오시는 선생님들의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를 해서 축하행사를 했었지요. 올해는 조금 업그레이드 해서, 드라이플라워 엽서에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환영하는 인사말을 직접 적어서 드릴 생각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엽서를 선물로 받으면 분명 기뻐하시고,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고이 간직하실 거라 상상하면서요.^^
그리고 발렌타이데이였던 14일에는 경희대에 가서 혁신교육대학원 4기 신입생 선생님을 환영하는 행사를 조촐하게 하고 왔습니다. 입학식이 끝난 후 잠시 납치를 해서, 초콜릿과 캘리그라피 감성엽서 세트를 선물로 드리고 '대학원 입학을 축하합니다' 노래도 불러드렸어요.선물은 바로 앞 기수인 3기가 함께 의견을 모아서 준비했지요.
졸업한 1기 선배님들도 오셨고, 2기와 3기 10여분의 선생님들이 15분의 후배 선생님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셨습니다. 유난 떤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작년에 저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예상하지 못 했던 선배 선생님들의 환영식이 큰 선물과 위안이 되었답니다.
학교에서도 형식적인 전입교사 소개 시간과 인사말, 지루한 입학식, 엄숙한 첫 수업과 담임시간보다는 기대하지 않았던 환대와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공동체의 새로운 식구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조직의 구성원이 되는 금속성의 차가운 느낌보다는 살아있는 공동체의 넓은 품속에 안기는 말랑말랑한 기분과 온기가 삶의 작은 행복이니까요.
2월을 보내는 교사에게 다가오는 3월이 스트레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준비하는 유쾌한 작전을 세워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3월이 '어서 왔으면' 하고 기다려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