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를 보며 감동할 줄이야
너튜브 알고리즘이 귀찮을 때가 많지만, 때론 고마울 때도 있네요. 출발은 아마 'K방역'이거나 'BTS'와 '오징어게임' 같은 한류 문화의 해외 반응을 소개하는 영상을 클릭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소위 '국뽕'을 차오르게 만드는 '한국에 와서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들' 같은 영상들이 알고리즘으로 뜨더군요.
AI의 노력이 가상해서 클릭해서 봤더니, 최근에는 '내가 역이민을 결심한 이유'가 뜨는 겁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몇 달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었고,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내가 수학교사였다면 캐나다로 이민을 갔을 거야"라고 말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 학생 신분으로 '돈을 쓰며' 지냈으니까 좋은 기억이 많은 거지, 몇 년을 '돈을 벌려' 살아가는 것은 진짜 장난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캐나다로 2018년에 이민을 가서 2021년 11월에 돌아오게 된 과정을 소개하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오늘 아침에 본 영상에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2년 동안 네 번이나 이사를 하며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담겨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국뽕이 아니라 눈물이 차올라서 당황했답니다.
토론토에 살던 집의 세간살이를 이웃에 나눠주거나 업체를 불러 정리하는 장면, 팔려가는 자동차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모습, 마지막으로 살던 집을 떠나며 아이에게 빠이 빠이하라고 말하는 아빠와 공항에 가기 전까지 호텔에서 먹고 자며 지내는 엄마의 짠한 모습까지, 시공간만 다를 뿐 결혼하고 이사를 많이 다녔던 저와 아내, 아이들의 모습이 거기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 출처 : 유튜브, <캐나다현>
그래서인지 계속 보면서 눈시울이 조금씩 뜨거워지다가 공항에서 태극기 달린 비행기에 오르는 장면부터 숨죽이고 있던 국뽕도 다시 차올랐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기다리던 할머니와 첫째 아이가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찔끔 흘릴 뻔했어요. ^^; (요즘 삶이 고되고 힘든 분들께 조심스럽게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둘째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할머니를 처음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별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도 집과 직장에서 고민과 힘든 점도 많지만 보고 싶은 사람은 만나고, 땡기는 것은 먹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저의 취미이자 특기인 '정신승리'로 오늘의 알고리즘과의 만남을 마무리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들 부부가 역이민을 결심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요. 사람이 사는 것은 정말 예측할 수 없어서 두렵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면서 기적처럼 아이들을 낳고 기른다는 것의 소중함을 캐나다에서 돌아온 젊은 부부에게 배웠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에서 더 행복하게 살아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