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수샘의 장이불재
Dec 29. 2021
올해 고1 국어 수업을 마무리하는 교과세특 작성 중입니다. 아이들의 참여도 기록에 참고하기 위해 수업 설문지를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더 좋은 국어 수업을 위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바라는 점, 제안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항목에 기분 좋은 말들이 많네요. ㅎㅎ
교원능력개발평가처럼 익명이 아니니 기특하게도 과장법을 잘 활용해서 칭찬해 준 것을 알지만,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아이들이 천사처럼 보이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이래서 실명제가 필요한가 봅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금처럼!'입니다. '처음처럼'도 마시는 걸, 아니 말을 좋아하지만, 이 말도 참 좋네요. ^^; 착하고 너그러운 아이들이 적어준 말을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 국어최고 d=(^o^)=b
- 지금 수업 딱 좋은 것 같아요.
- 지금이 좋습니다. 저희에게 좋은 말씀과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코로나 때문에 친해질 기회가 많이 않았는데 모둠 활동으로 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질 수 있고, 공부하기에 가장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 모둠수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치있는 활동인 줄 몰랐습니다. 중학교때는 그냥 노는 시간이 곧 모둠활동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만족한 것이 아니었어요. '모둠활동도 좋지만 선생님에 설명도 필요합니다. ㅠㅠ'라고 적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면서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 수업이 많았던 것 같아서, 반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어떤 활동을 해도 관심이 없거나 어렵다고 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까, 하는 고민도 계속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이렇게 많이 적어주었어요.
- 친구들이 참여를 더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 모둠 활동시 참여를 잘 안 하는 모둠원이 있어 아쉬우나 열심히 참여한 모둠원들이 더 많아 아쉬운 감정이 금방 사라집니다. 많은 인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모둠 단톡방 토의, 모둠 대항 퀴즈, 모둠별 책 대화와 글쓰기 수행평가 등을 진행하면서 친구들이 잠수 타서 힘들어서 하는 모둠장들에게 미안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와서 혼자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거나, 다음에는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많은 모둠에 배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너무 힘들지? 그렇다고 친구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의견을 강요하지는 마. 당장 반응하지 않더라도,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분명히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을 거야. 쌤도 네가 노력하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고 있어. 고마워."
이렇게 매번 말로 때우기가 미안하기도 하지만, 교사 혼자 노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내년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을 믿고 때로는 의지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점은 아래에 적은 아이가 저의 '허당끼'를 알아챈 것처럼, 실수를 줄이고 채워나가면 되겠지요.
- 이미 선생님이 너무 유쾌하시고 재밌어서 바랄 게 없다. 허당끼도 좀 있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