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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l 14. 2022

'11조짜리' 우주 망원경이 보지 못하는 세계

  지구에서 2억 9천만 광년 떨어져 있는 '스테판 5중주'는 가을철 북쪽 하늘을 대표하는 페가수스 자리에 있는 소은하군입니다. 5개의 각 은하에는 수백만~수천억 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나사는 추정한다고 합니다.

  지구와 달의 거리보다 더 먼 우주에 떠있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찍어서 보낸 사진을 보면, 감촉이 느껴질 만큼 은하수의 모습이 선명합니다.

  '130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빛을 보다니', '하늘에 있는 바늘구멍만 한 점에 저렇게 많은 은하가 있으니, 생명체는 분명히 있을 것' 등의 댓글도 넘칩니다. 또 '먼 우주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얼마나 작은가? 작은 것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가? 욕심을 버리고 싶다.'라는 글도 많이 보이네요.



  신비한 은하계의 사진을 더 찾아보다가 '같은 학교 청소 노동자를 고소한 대학생' 관련 기사 한 줄이 눈에 띄었습니다. '11조짜리' 우주 망원경이 보여주는 세계에 넋을 놓고 있다가, '400원 시급' 인상으로 일어난 사건을 하찮게 여기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동안 연세대 청소 노동자 고소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일부러 찾아서 읽어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우주로부터 지상으로 다시 착륙해서 뉴스를 더 읽어보았습니다.




  뉴스 중에는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한 학생이 직접 올린 글도 있었는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청소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인해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받아야 합니까'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먹고사는 것이지,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닌 것을 왜 모를까요? 마치 자신의 등록금이 그대로 그분들의 계좌로 이체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노조 활동의 방법을 비판할 수 있지만, 청소 노동자들을 학생들이 먹여살린다는 고대 유물 같은 생각은 정말 걱정됩니다.


  이 대학생도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을 텐데, 회사 사장이 "내가 주는 월급으로 먹고사는 직원들이 시끄러운 노조 활동으로 회사에 피해를 주나?" 하고 따진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지 궁금해요.

  고소를 한 학생은 청소 노동자의 월급이 300~400만원인 것과 정년이 70세로 연장된 것도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사실 월급은 200만원대라고 하는데, 설령 300만원 이상 받아도 처우를 잘 해주는 학교를 좋게 생각할 일이지, 시비를 걸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우주 망원경이나 현미경 못지않게 주변 사람의 마음, 특히 자신보다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함을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들 '제임스 웹'처럼 지구를 떠나, 달도 지나쳐서 저 먼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행동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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