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드라마 <안나>를 정주행했어요. 주인공 한 명의 인생을 담기에는 6부가 딱 좋은 것 같습니다. 내용은 아래 포스터를 보면 51%쯤 짐작이 될 것 같네요.
'갖고 싶은 이름, 훔치고 싶은 인생. 믿는 순간 거짓도 진실이 된다.', '나는 마음먹은 건 다해요.'
그리고 <안나>는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라는 대사가 매 회 시작할 때마다 나옵니다. 이 대사는 드라마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메시지 같습니다. '안나를 보며 당신의 모습을 찾아보라'라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저 역시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국민학교 때(초등학교 아님에 주의^^;) 담임 선생님이 "집에 컬러 텔레비젼 있는 사람?" 했을 때 거짓으로 손을 들었고, 친구들에게 "나도 어제 거실에서 전축으로 그 음반을 들었어"라고 했던 '거짓말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든 작품이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습니다. 안나를 욕망의 화신을 만든 부동산 재벌의 외동딸 '진짜 안나'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안나의 남편편 '최지훈' 캐릭터도 실감 나고 역동적이었어요.
거짓말이 때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노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진 사람을 보며 드는 절망, 그들이 주는 모멸감'이 일상적인 사회라 안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계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될 것입니다.
애초에 명품 가방과 수입 자동차, 펜트하우스를 가진 부동산 부자와 대기업 오너 일가가 거의 없는 나라였다면 어땠을까요? 시장, 국회의원 그리고 대통령이 서민처럼 보이기 위해 쇼를 하지 않고, 진짜 서민인 나라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은 제가 관심이 많은 나라인 덴마크의 부자와 정치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검색해 보고 있습니다. 모두 수수하게 비슷한 일상을 보낸다면, 안나처럼 외부로부터 자극된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2016년에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행복의 나라 덴마크 정치를 만나다 >에 소개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 덴마크 국민들이 행복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진짜로 매일 자전거로 출근하는 국회의원과 그들의 소박한 집무실, 그리고 덴마크에서 가장 존경받는 노동자 출신의 전직 총리가 묻힌 무덤의 모습은 드라마 <안나>만큼 충격적이었어요. <안나>를 보고 답답하고 우울한 분들은, 포털이나 유튜브에서 '덴마크 정치'를 검색해 보길 추천드려요.
저에겐 덴마크 사람들의 삶이 '훔치고 싶은 인생'입니다. 정치인들의 뇌물수수와 청탁 사건이 단 한 건도 없는 사회를 위해 '마음먹은 건 다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