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도서관에서 수업하고 나오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 활동에 한숨이 나오다가
10분 쉬는 시간이지만 교무실에 주저앉기가 싫어서
아직 햇살이 따가운 8월 말의 운동장에 나왔습니다.
이유 없이 전력 질주하는 아이들도
한가로이 산책하는 선생님도 없지만
물방울을 머금은 무궁화가 피어나고 있는 걸
특종을 잡은 기자처럼 신이 나서 바라봤습니다.
몇 걸음 뒤 구령대 기둥에 어느 동아리가 그렸을까
돌고래가 뛰노는 푸른 바다를
혼자 빙빙 돌며 신나게 구경했습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꽃구경하는 사람 하나 없는 고등학교 운동장과
외롭게 피어있는 자존심 강한 꽃들이
퀭한 눈으로 서있는 내 모습 같았지만
몇 걸음 더 걸어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8월 말에도 꽃은 피어나고 아이들은 꿈을 그립니다.
오늘처럼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변하지 않는 꽃들과 꿈틀거리는 꿈들을 가슴에 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