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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Sep 30. 2022

USB를 날리면? 일하기 싫어지지요.

  지난 화요일 오후, 교무실에서 열심히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USB 메모리가 날아갔습니다. ㅠ.ㅠ 한셀로 학생 체험활동 신청 명단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윈도우 탐색기 화면이 멈추면서 '응답 없음'이 뜨더군요. 프로그램 오류라고 생각해서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눌러 끈 후 재부팅했는데, USB 메모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메모리에 불이 들어오고 하드웨어 안전 제거도 되는데, 드라이브 문자가 아예 없어졌어요.

  디스크 관리에 들어가니, 아래처럼 '디스크 초기화' 하라는 무서운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당신의 외장하드, USB는 바로 이 순간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 있습니다'라는 환청도 들렸지요. 강제로 전원을 끄지 않고, '응답없음'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작업관리자에 들어가서 안전하게 재부팅했다면 날리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참고하세요.^^;




  오늘 중으로 내부 결재를 올려야 하고, 저녁에는 학부모 아카데미도 있어서 등록부 등의 문서도 출력해야 하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아닐 거야. 살릴 수 있을 거야' 다들 그렇듯이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했지만, 예상하시는 대로 이후에는 분노와 체념, 슬픔까지 밀려와서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다른 노트북과 외장 하드에 수업 자료, 사진 등은 정기적으로 백업해 놓아서 멘붕은 면했습니다. 학교 문서는 백업해 놓지 않아서, 작업 중이던 문서는 교장, 교감선생님께 검토용으로 보낸 운영계획을 메신저에서 다시 다운받아 조금 수정해서 결재 올렸지요. 학부모아카데미 문서도 카톡에 있던 파일을 찾아서 급하게 출력했고요.


  전문 업체에서 유료로 복구할 상황은 아니라서, USB 데이터를 날려먹을 각오(?)로 검색을 통해 무료 복구, 파티션 프로그램도 돌려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아마 몇 번 떨어뜨려서 내부에 손상이 있었는지 포맷도 안 되고,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나름 비싸게 주고 산 고성능 USB가 갑자기 초기화되어 메모리의 '전체' 백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뼈아프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중요한 수업과 업무 자료, 사진 등은 온라인 공간에 저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날려버린 USB에서 올해 3월부터 작성한 학교 업무 파일은 결국 살리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작년 문서를 보며 다시 작업하니까, 새롭게 3월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헛헛합니다.

  네이버 MYBOX에 자료를 올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으니, 기본 30G에서 80G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네요. 빠릿빠릿했던 USB보다는 느리지만, 앞으로는 USB 들고 다니지 않고 여기에 저장해서 사용하려고 해요. 우리나라는 어디서든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니 진작 이럴걸, 하고 후회도 됩니다. 근 10여년만에 처음 겪어보는 사건에 관한 푸념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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