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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Oct 06. 2022

결국 호기심인 건가?

-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책 읽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달린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을 읽었습니다. 너무 흔한 주제의 책이라 관심이 없었는데, 고2 독서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받아 읽어보니 매우 좋았어요.


  특히 3장 지식의 사회학, '지식이 공유되는 사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될까'와 8장 호기심의 인류학, '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인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의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언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 구본권 님의 깊은 통찰이 빛나는 책이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분이 읽으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제가 내린 잠정적 결론은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바로~ '호기심'입니다. 악뮤의 예전 노래 <라면인건가>처럼 '결국 인류의 희망은 호기심인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지요.

  이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면 진정한 호기심이 주는 활력을 잃어버리고, 삶 자체가 라면처럼 띵띵 불어버린 요즘 아이들의 애잔한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 아마 12시쯤에 인나

커튼 사이로 해가 빛나면 나도 신나서

양치도 안하고 놀다가 밤이 되서야 후회를 하지

사실 내 맘은 이렇지 않은데 하고 싶은 거 많고

그 곳에 몸을 담고 의미 있는 일분을 살고 싶어도 시간은 가는데

하루 종일 티비가 켜져 있어 그 속엔 웃음이 가득하지만

티비에 비추는 내 모습은 점점 비만이 돼 가

나의 미래가 being like 띵띵 불어버린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라면인건가


  이 책에서는 호기심을 '다양성 호기심과 지적 호기심'으로 나눠 분석합니다. 아이들이 밤새워 놀아도 허무한 것은 다양성 호기심만 추구한 결과이고, 그런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분'을 살게 만들어 주는 것이 지적 호기심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관심을 할당하는 것이 다양성 호기심이다. 지적 호기심은 깊이 있는 이해와 목적이 분명한 탐구로 숙성된 호기심이다.

- 다양성 호기심은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도파민이 주는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 충분치 않다.

- 지적 호기심도 다양성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다양성 호기심을 숙성시켜야 비로소 작동한다. 주의와 관심을 집중시켜서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성, 자의식과 의미의 발견으로 연결시키고 생각하는 존재로서 사람의 특징을 이루는 것이 지적 호기심이다.


  이 부분에서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는 학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무가치한 푸시 알림과 선정적 정보에 제한된 주의력과 관심을 빼앗겨버리는 바람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있는 아이들을 그대로 사회로 내보낸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고,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노후도 불안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적 호기심과 질문하는 능력은 정신적인 작업 위주인 학자나 사상가가 될 아이들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신선했습니다. '장인 노동의 기본'도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지요.


- 장인 노동의 기본은 초점을 맞추고(localize), 질문하고(question), 문제를 설정하는(open up) 능력이다.

- 초점 맞추기는 작업 대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고, 질문은 그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특징을 파악하는 일이고, 문제 설정은 무의미해 보이는 요소들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직관적 도약과 개방적 사고를 통해서 대상의 의미를 확장하는 일이다.

- 지적이고 정신적인 작업 위주인 학자나 사상가가 아닌,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사용해 예술적 경지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육체적 노동을 필수로 하는 장인들의 경우에도 질문은 핵심적 가치를 갖는다.


  이처럼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서 질문을 갖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토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 높은 수업이 '로봇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의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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