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보내고 돌아온 교무실.
덩굴이 길어진 리사 호야를 보니 분갈이를 못해준 것이 미안하고
잎사귀가 축 늘어진 커피나무에겐 창문을 열고 간 것이 미안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화분에 물을 주고 햇빛을 쐬게 해주면서
아침 하늘 먼 곳을 바라보니 다시 미안함이 출렁거립니다.
화분 두 개를 키우면서도 마음이 무거운데
인간의 생명을 숫자로만 보고
가볍게 하찮게 넘겨버리는 나라가 무섭습니다.
돈과 권력에 쥐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많은 인파'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특별히 우려하진 않았겠지만'
모처럼의 축제를 즐기러 나온 청춘들은 그냥 '많은 인파'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한 생명입니다.
생명을 가장 무겁고 무섭게 보는 나라였다면
가족과 친구들의 곁을 영원히 떠나지 않았을
청춘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빕니다...
(한겨레신문 그림판, 202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