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어느 교사 밴드에서 퍼 왔습니다. 모든 생기부 기록을 '명사형'으로 쓰다 보니, 그런 증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올해 비담임이고 3개 학급의 교과 세부 특기사항(교과세특)만 써서 전문가의 상담까지는 필요 없지만, 담임 선생님과 여러 학급이나 복수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명사형 중독' 증세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생기부 중독은 사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다르게 적어 주기 위한 고민의 크기를 보여주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의 모습을 자유롭게 적지 못하고, 몇 개의 문장으로 '엿보는' 일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발전 가능성'을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즐겁지만, 근거를 갖춰 써야 하기 때문에 가벼운 일은 아닙니다.
어제와 오늘은 제가 부담임 교사라서, 한 학급의 교과 세특을 쭉 읽으며 점검한 후 고칠 부분을 메모해서 전달해 드렸어요.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해도 과목마다 표현을 다르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과 과목의 특성이나 아이들의 진로에 맞춰 강조하는 것이 차이가 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생기부 중독증'에 걸린 것처럼 정말 애쓰는 것을 느꼈지요. 저는 3개 학급만 적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제가 올해 적고 있는 3개 학급의 교과 세특 분량이 원고지와 A4로는 몇 매일까, 궁금해져서 머리도 식힐 겸(?) 계산을 해봤어요.
교과 세특은 학생 한 명에게 1500바이트까지 쓸 수 있는데, 꽉 채우면 200자 원고지 3.1장 분량이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한글의 메뉴에서 '파일-문서 정보'를 누르면 '문서 통계'에서 글자 수나 200자 원고지 기준의 분량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1500바이트를 다 채우면, 학생 한 명당 200자 원고지 3.1장을 적어주는 셈이네요.
한글 새 문서의 기본 형식인 글자 크기 10, 줄 간격 160으로 하면 A4 한 쪽이 200자 원고지 7~8매라고 하니까, 30명인 3개 학급의 교과 세특을 기록한다고 할 때 90명*3.1장=200자 원고지 279장이고, 이를 7.5로 나누면 A4 37.2장의 분량이 됩니다. (30명 한 학급은 200자 원고지 93매, A4 1장을 꽉 채우면12.4장입니다.)
만약 9학급 270명 아이들의 교과세특을 적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원고지 2511장, A4 334.8장 분량으로 책 한 권을 집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생기부 기록에 관해 아쉬운 점을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님들도 많겠지만, 교사들의 더 좋은 기록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더 좋은 기록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응원도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모두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