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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12. 2023

드라마 '더 글로리', 학교폭력만큼 참기 힘든 것은?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학교 폭력 복수극이란 말을 듣고,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안 보려고 결심했지만... 방학 시작 1주일 만에 항복 선언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1부를 20분 정도 보다가, 분기탱천해서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네요.

  '고데기'가 사용된 실제 학교 폭력 사건을 조사해서 드라마에 도입한 작가의 노력은 인정하고 싶지만, 담임교사가 교무실에서 주인공을 때리는 장면은 너무 참기 어려웠습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8~90년대에 10대를 보낸 세대라서 '교사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남자고등학교에서 보낸 3년은 군대 생활을 미리 체험하는 것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일상적인 공포가 지배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교사가 한 명도 없는 삭막한 분위기에서 선생님들은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고, 저처럼 존재감 없던 범생이도 왜 맞는지 이유도 모른 채 복도를 지나가다 따귀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0.1도 없었는데, 돌고 돌아 교단에 선지 20년이 넘었네요. 옆 반 선생님이 아이들을 쥐 잡듯 패는 모습이 보기 싫어, 혁신학교로 옮긴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교사 폭력 장면을 미디어에서 접하면 멀미처럼 몸이 먼저 힘들어집니다. 학교 폭력을 직접 당해본 적은 없지만, 교사 폭력은 수없이 당해봤거나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더 보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담임 교사가 시계를 풀어놓고서 여학생의 뺨을 계속 후려치는 장면은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틀에 박힌 진부한 표현, '클리셰' 그 자체였습니다.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바로 떠올라서,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했고요.





  차라리 담임 교사가 주인공에게, "미안하다. 선생님이 너무 힘이 없다. 가해자들 이름은 빼줄 수 없겠니?"라고 부탁했다면, 2000년대 교사의 모습을 좀 더 리얼하게 반영했을 것 같습니다. 순진한 아이를 설득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후, 돌아서며 씨익 미소 짓는 모습이었다면, 저 역시 가슴이 서늘해졌겠지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니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폭력의 장면이 있지는 않았나, 되돌아보면서요.


  2023년이 되었어도 대한민국의 학교에서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약자'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이 어디서든 일어날 것이고, 이 나라의 국민들은 그런 실제 사건을 드라마와 영화를 보듯 간단하게 소비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학교 폭력, 교사 폭력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 말고, 폭력이라는 독버섯을 길러내는 '살인적인 빈부 격차와 입시 경쟁'에 맞서 사회적 복수를 할 수는 없을까요? 이 역시 더 노골적인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른들이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가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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