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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15. 2023

3분의 1만 깨어있는 교실에서도 유쾌할 수 있을까?

- 우치다 타츠루의 <완벽하지 않을 용기> 다시 읽기

  다음 주부터 경기도 교육연수원의 수업전문성 향상 직무연수, 강원도 국어과 1급 정교사 자격 연수 등의 강의가 있어 자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연수를 열까, 어떤 부탁으로 연수를 닫을까, 고민하다가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의 책들을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선생님를 응원하기 위한 신선한(?) 언어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 선생님의 한국 강연 내용을 엮어 놓은 <완벽하지 않을 용기>가 저를 사로잡았어요. '우치다식 공생의 필사기' 부분의 질의 응답에 영롱한 진주 하나가 숨어 빛나고 있더군요. 그래서 냉큼, 강의 자료 마지막 부분에 인용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에 절망하는 사람은 모든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단연코 오만한 생각입니다. 과거의 교사들과 미래의 교사들, 함께 교육에 힘쓰는 동세대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그런 걸로 절망할 리 없으니까요.

타율 2할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교사로서의 하루하루가 굉장히 유쾌해집니다. 스트레스도 없어집니다. 기분이 좋은 선생님은 점점 창의적인 궁리도 하게 되고, 학생들도 '오늘 선생님 기분 좋으시네' 하고 관심을 기울이니 타율도 점점 오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체온이 조금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얼굴도 조금 붉어졌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수업에서 아이들을 향한 저의 진심이 전해진 아이들이 2할, 즉 20~30% 정도만 되어도 이제는 절망하지 않고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입니다.


"중요한 것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아마 한국의 교육부도 마찬가지겠지만, 문부과학성 등의 기관에서 올바르고 유일한 교육법이 있다고, 교사가 그걸 학습하면 모든 학생이 눈을 떠서 교육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건 단적으로 말해 거짓말입니다. 올바른 교육 방법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교육 방법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게 많으면 많을수록 타율은 올라갑니다."


  수업과 평가 방법 관련 매뉴얼이나 우수 사례를 접하며, 이제는 우울해지지 않을 근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생기부 기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교과 세특에서 제가 적을 수 있는 양은 1500바이트가 최대이지만, 다른 교과 선생님들을 믿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기록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고, 개성적인 표현이 더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하지 않을 용기'가 창의성을 낳는 것이지요.


"이 타율은 교사 개개인에 대해서가 아닌 교사단 전체의 퍼포먼스, 전체의 성과로밖에 측정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하신 교육 활동의 성과는 지금으로부터 30년, 50년 후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성숙해서 어른이 됐을 때 나옵니다. 한국 사회가 건전하게 기능하고, 그들이 건전한 시민이 되어 있다면 그 교육 활동이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너무 열 내지 마세요. 2할이면 됩니다."


  제가 만나는 한 명, 한 명의 아이 입장에서 그들이 지닌 생명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믿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들이 만났던 과거의 선생님들과 현재 부대끼고 있는 다양한 개성의 선생님들, 그리고 미래에 만날 선생님들의 진심도 믿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난 선생님들의 9할 이상이 다 배울 점이 있고, 아이들의 위해 고민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고립되지 않고, 소통하며 서로 배우는 학교 문화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요.

  그들 모두의 교실에서 2할의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키우며 성장한다면 10할, 즉 100% 아이들이 어찌 됐든 학교에서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사회로 나올 것입니다. 현재 교육계의 주요 화두를 보면 걱정되는 지점이 많지만, 해방 후 20세기에 그랬듯이 앞으로 남은 21세기도 대한민국의 전체 '교사단'은 우리나라를 더 민주적이고 더 행복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까지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있어도 절망하지 않고 교실에서 유쾌하게 살아남는 법을 찾아낸, 2할대 타자가 부르는 희망 노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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