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an 31. 2023

<일타 스캔들> 연봉 100억 최치열이 부럽지 않으려면

  담임 교사로 12년, 부장 교사로 9년을 일하면서 힘들 때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대사가, "아, 수업만 하고 싶다"입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주인공인 스타 강사가 부러운 유일한 이유도 '수업만'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6명의 조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요.

  연봉 100억이라는 일타 강사의 화려한 강의, 명품 슈트와 시계, 고급 자동차에 눈이 높아진 아이들에게 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보일까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교사들의 모습도 너무 수수해서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학교 수학 시간에 학원 교재의 문제를 푸는 아이를 혼내 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다 아니까요"입니다.



 학원 강사와 비교 당하는 굴욕감을 자주 맛본 교사들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교사 A : 우리도 경각심이 좀 필요하긴 해요. 학원 강사들만큼 연구 안 하잖아요. 솔직히.

교사 B : 게을러서 안 하나. 할 시간을 안 주잖아요, 우리한테. 각종 공문에, 수업지도안에, 비품 보고서까지. (한숨) 반성보다는 개선이 먼저입니다.


  교사로서 드라마 작가의 배려심이 느껴져서 고마웠어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어서 아쉽긴 했습니다. 바로 '생활 지도'입니다. 요즘은 '학생 생활 교육, 인성 교육'이라고 부르는데, 특히 담임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해서 수업 연구 시간과 의지까지 빼앗는 주범이지요. 학급에 상습 지각생 1명만 있어도 매일 아침 신경을 써야 하고, 다른 친구들과 자주 충돌하거나 선생님께 불손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흰머리와 주름살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타 스캔들> 4화에는 무기력해 보였던 담임 선생님의 반전 매력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부상을 당해 학교로 돌아온 운동부 학생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수업 중간에 교실에 들어온 학생에게 화를 내며 복도로 나가 있으라고 해서, 뻔한 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격려하더군요.


"너 운동 못할 수도 있다는 거 알아. 받아들이기 힘든 거 이해하는데, 방황은 짧았으면 좋겠다. 너 이제 열여덟이야, 임마.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궁무진하다고. 알아? 앞으로 어떻게 살지, 뭘 해야 할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봐. 그게 시작이다. (어깨 툭툭...)"




  최치열처럼 멋진 발차기를 못 하고, 아니 안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은 학원 강사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스스로 교사의 자부심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몇 만 원짜리 셔츠를 입고, 낡은 전자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지만, 그것이 공교육을 지키는 교사의 '폼생폼사'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3분의 1만 깨어있는 교실에서도 유쾌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