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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04. 2023

<일타 스캔들> 최치열처럼 감동적인 멘트를 하지 않아도

- 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의 차이점

  앞선 글에서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 등장하는 최치열 쌤의 발차기를 약간 폄하(?)했는데요. 최치열 쌤처럼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분들의 진정성을 믿고 싶습니다. 저도 20대에 알바로 학원에서 수업하며 진땀,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었고, 대학 동기들도 학원 강사로 계속 일하고 있어서 조금은 그들의 애환과 노력을 알고 있답니다.

  1화에서 강의를 하던 최치열 쌤은, 졸고 있는 학생 앞으로 가서 이단 발차기로 잠을 깨우고 이렇게 말합니다.



"조는 것은 OK, 참아줄 수 있어. 근데 용서는 돼. 왜? 짠하거든.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는데 얼마나 힘들까,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게 얼마나 고역일까... 그래도 존다는 건 내면에서 굉장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잖아? 근데 엎드려 자는 건, 그건 의지가 없다는 거거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거고,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는 거다. 아주 딱 질색이야."



  아이들 앞에서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아주 딱 질색이야' 이렇게 말해 본 적이 언제였더라?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요. 부럽, 부럽 ㅎㅎ 물론 학생들이 치열한 수강 신청 경쟁을 뚫고 등록한 강의라서, 최치열 쌤의 저렇게 당당할 수 있겠지요. 또한 자기를 선택한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도 엿보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최치열 쌤처럼 말했지만, 교사 생활이 20년이 넘어가니 달라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오히려 의지가 있어 보이고, 조는 아이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만난 학생 중에서는,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꿈이 확실한 경우가 많았어요. 어쩔 수 없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왔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거나 예체능 계열의 진로를 위해 이미 노력하고 있는 아이들이었지요. 그래서 때로는 바로 깨우지 않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반면에 졸고 있는 아이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업을 듣고 싶지만, 극기에 실패하고 있어 보여서 저는 참지 못하고 바로 깨우곤 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 없겠지만, 학원 강의와 학교 수업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강의식 수업만 한다면 조는 아이, 자는 아이, 떠드는 아이, 딴짓하는 아이 때문에 '내면에서 굉장히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때론 학생들과도 직접 부딪히는 불행한 사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학원 강사의 강의 기술과 멘트를 그대로 따라 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에게 학원 강사와 같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교사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학원 강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교사는 학생 모두를 다르게 보고 저마다의 상황에 맞게 학교 생활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배움의 의지를 북돋아 주면 좋겠습니다.


  요즘 오마이뉴스에서 덴마크 학교를 돌아보고 온 교사들의 후기를 읽으며, 대리만족하고 있는데요. 한국 교사들이 덴마크 교사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수업을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있는지에 관한 고민을 담은 질문입니다. <일타 스캔들>에서 최치열 쌤처럼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좋은 방법을 덴마크 교사도 잘 알고 있더군요. 교사의 감동적인 멘트가 없어도 '조는 아이, 자는 아이도 모두 정신이 퍼뜩 들고, 닫힌 마음문이 열리는 그 방법', 짐작이 되시죠? ^^


한 참가자가 '교실 내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 대해선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물었다. 안데르 교사는 "학생마다 학습 속도의 차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면서 "(학습 부진 학생) 그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수준이 다른 친구를 통해 함께 배우는 협력수업의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98203&SRS_CD=000001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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