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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May 11. 2023

아카시아꽃 튀기던 시절

흑백 티브이에서 봤던 팝콘처럼

뒷산에 아카시아꽃이 미친 듯이 튀겨지면

나는 책가방을 던져놓고 동네 아이들과 달려갔지

부잣집에 있던 전자레인지처럼 뜨겁게 두 뺨이 달아올랐지


산 중턱 바위 위에 아카시아꽃을 쌓아놓고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닌데

시합하듯 아카시아 꽁무니를 간지럽혔지

친구들의 이름 얼굴 목소리 한 조각 기억나지 않지만

깔깔 히히 쪽쪽 빨아 먹던 소리는 지금도

귓바퀴를 간지럽히네


차창 넘어 하얀 팝콘 나무가 넘실거리는 5월이면

그 달큰한 냄새에 입술이 달싹이고 침이 고이네

기름기 없어도 고소했던 아카시아의 향기와 맛이

넉넉하지 못했던 부모님이 주신

넉넉했던 시간의 선물이란 것을 이제야 알겠네


어버이날을 핑계로 전화를 걸어야지

국민학교 다닐 때 뛰어놀던 그 산이 어디쯤인지

딱히 궁금하지 않아도 물어봐야지

예전에 많이 따먹던 아카시아꽃들이

서울 변두리 어디쯤에서 아무도 모르게 튀겨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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