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구년 주제가 '교사의 소통과 협력 역량'이라서 교사 리더십 관련 논문을 읽고 있다. 그중에서 교사 리더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학교조직 문화의 하나로 '건강한 개인주의 문화'를 다룬 논문이 있어서 신선했다.
흥미롭게도 ‘건강한 개인주의 문화’, 즉 비난하거나 참견하지 않고 교사 개인의 ‘개성과 관심사를 존중해 주는 문화’는 교사 리더가 ‘개인적 차원’에서 창의적으로 교실 수준 및 학교 수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교사 개인의 관심사와 흥미로 시작된 활동 역시 학생의 교육 활동 및 수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 김진원, 교사 리더십 실행에 관한 질적 연구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건강한 개인주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내친김에 개인주의를 주제로 한 책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읽기 시작한 <개인주의를 권하다>에서 공감이 되는 내용을 조금 소개하고 싶다.
우리가 이기적이지 않은 이웃을 칭찬하는 것은 우리가 그의 활동으로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당신은 스스로를 포기하고 희생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이 도덕적 명령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로써 이타주의가 사실은 이기주의의 다른 모습이었음이 밝혀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을 개인으로 존중할 수 있는 '건강한 이기주의'를 찾아야 한다. (35쪽)
'세상에는 좋은 이기주의도 있다'라는 소제목에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이기적인 교사는 뒤에서 험담하고, 이타적인 교사는 앞에서 성실과 헌신을 칭송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다 보니, 이기적인 교사로 한 번 찍히면 어떤 노력을 해도 편견을 가지고 폄하하게 된다. 자칭 타칭으로 이타적인 교사로 인정받으면 학교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 소진되기 쉽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건강한 이기주의'와 '타락한 개인주의'를 분별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한 것 같다.
현실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되는 이기주의는 엄밀히 말하면 '타락한 개인주의'다. 긍정적 의미의 개인주의, 건강한 개인주의는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반면, 타락한 개인주의는 자신의 성장만을 갈망한다. 타락한 개인주의는 타인을 수단으로 대함으로써 자신의 이익도 파괴하는 태도다. (36쪽)
요즘 같은 시대에도 대놓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교사는 주위의 부정적 평가 때문에 오히려 승진이나 전보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학교의 지배적인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교사를 무조건 개인주의적이라고 알게 모르게 비난하는 경우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거나, 패션이나 게임 등에 관한 관심이 많아서 좀 튀는 행동을 하는 교사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자신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동료 교사의 태도는 그 교사의 자존감을 높일 것이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개인의 의견이 무시되는 교직원 회의, 다른 담임 교사의 눈치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학급 운영을 못하는 학년부 교무실,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고경력 교사나 다수의 의견에 맞춰야 하는 교과 협의회가 지배적인 학교에서는 '타락한 개인주의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다수가 나를 수단으로 대한다고 느끼게 되면, 나도 똑같이 되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모든 교사가 서로에게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고, 힘들고 지쳐서 잠시 숨어 있는 교사가 있으면 모른 체하고 지나가면 좋겠다. 그런 학교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것은 결국 아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