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송국에서 만든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낙이었는데, 포스트 코로나 이후 너무 많이 쏟아져서 흥미가 떨어지더군요. 빠니보틀, 곽튜브 같은 생소한 분들이 예능인처럼 TV에 나오는 걸 보고, '대신 여행 유튜브나 볼까'하고 이 세계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모든 것을 친절하게 멋지게 보여주는 TV 여행 프로그램은 전지적 작가 시점과 비슷해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편하긴 한데,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더군요. 출연자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배우 같은 분들이 나오니까 그들의 여유가 부러움을 넘어 질투도 나서 오히려 대리만족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행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20, 30대 젊은이들의 유튜브 채널은 1인칭 관찰자 시점처럼 제가 그들과 동행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습니다. 오지를 여행하며 겪은 사건,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가끔 찾아보는 감동 등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저의 코드에 맞는 몇 사람을 정해 첫 영상부터 정주행을 하고 있어요.
이제 본론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구독하고 매회 '좋아요'를 누르며 정주행을 한 후, 주 1회 업로드를 기다리는 유일한 여행 유튜버는 '노마드션'입니다. (매불쇼의 갑수 형님이 추천해주신 유튜버들을 살펴봤는데, 이 채널이 으뜸이었어요.)
첫 영상이 올라온 지 1년 만에 25만 구독자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콩고-모로코-남아공-스리랑카-인도'를 찍고, '몽골-홍콩-대만'을 돌아 지금은 중남미 여행 중입니다. 저는 션님의 대만 편이 가장 재미있고 감동도 컸어요. 우연의 연속이 만든 시나리오이지만 아카데미 각본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잘 만든 로드 무비 같았지요. (요거부터 보시는 것도 추천해요.)
제가 90년대에 태어났다면, '노마드션'처럼 고프로 하나 들고 배낭 메고 세계 여행을 했을 것 같아요. 아름다운 자연, 생소한 음식, 호스텔에서 만나는 인연도 매력적이지만, 나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나의 진짜 모습도 찾고 싶거든요. 션님이 모로코에서 유목민을 만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스리랑카에서 집시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며, '진짜 인생'을 만나기 위해 탐험하는 여행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는 것도 없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짧고 굵은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착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갓 제대한 예비역 병장 같은 성격도 마음에 들고요. 구독자가 계속 늘어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것 같은 걱정(?)도 되지만, 계속 응원하고 홍보하고 싶은 청년입니다.
(10만 구독자 달성 기념 라이브에서 보니까, 션님이 네이버에서 자기 이름을 자주 검색해 보고 블로그에 자기 이름이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해서 한 번 열심히 적어 봤어요. 그럼 션님의 댓글, 기다릴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