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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민수샘 May 30. 2023

심리학은 싫지만,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는 좋다~

  나는 심리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하다'라고 설파하는 '무한 긍정' 심리학과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고, 따라서 해결책도 내 안에 있다'라는 '내 탓이오' 심리학에는 소심하게라도 저항하고 싶다.^^;

  다양한 심리학의 세계를 잘 몰라서 그렇겠지만, 학교에 오는 심리 관련 연수 안내 공문을 보면, 내가 그랬듯이 대부분 상처받은 개인이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라 몇 년 전부터는 관심을 끊게 되었다. 차라리 모든 교사들에게도 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비폭력 대화 연수를 의무적으로 하고, 상처받거나 소진된 교사를 위한 전문 상담 기관을 늘리는 데 예산을 쓰는 것이 더 낫겠다고 투덜거리면서 시간이 갔다.

  

  올해 다시 대화법에 관심이 생겨서 검색을 하니, 박재연 님의 글과 영상이 울림이 컸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를 구입해서 읽었다. 책의 제목이 학교에서 힘들었던 당시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고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프롤로그, 다시 배우는 대화'의 내용부터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인품은 결국 타인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드러납니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대화 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내적인 품위를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품위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알게 된 아들러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도 인간의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온다는 전제와 '조건 없는 공헌감'을 통해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었는데, 이 책도 나의 대화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이를 통해 내적인 품위도 지킬 수 있다니, 좀 멋진 것 같았다. "멋지다, 재연아~ 아니 박재연님!"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비폭력 대화에 기반해서 대화의 어려움을 분석하고, 더 현명한 대화를 위한 방법을 실습해 보는 것이다.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구체적인 사례와 연습 절차까지 알차게 들어 있어서 가까이 두고 대인 관계가 힘들 때마다 열어보면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을 휴대폰을 사진 찍어 캡처해 놓고 '이럴 때 보면 좋다'라고 제안하는 것도 신선했다.

  가령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듣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시 심호흡을 하면서 그 말로 인한 나의 감정이나 태도를 들여다 보기 위해 아래 내용을 꺼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던지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이 있습니다.

- 화가 나게 되는 말, 미안함이 느껴지는 말, 서운하게 느껴지는 말, 슬퍼지는 말, 두렵고 위축되는 말,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드는 말, 특정 대상이 하는 ‘모든 말’, 유독 듣기 싫은 단어나 말투, 행동

  결국, 듣기 어려운 말은, 화자가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공감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가로막는 모든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장 교사로 일하던 어느 해에 학교의 어떤 분의 말에 큰 상처를 받아서 남은 수업도 정신없이 하고 집에 가서 드러누운 적이 있었다. 그 후로 며칠간 계속 우울했고, 위에 나와 있듯이 '특정 대상이 하는 모든 말'이 다 싫어서 회의 때도 눈을 안 마주치고 얘기했고, 그분이 있는 공간을 피해서 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위에 나와 있듯이 그의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을 들여보았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나에게 불편함이 주는 이유를 찾아봤으면 나의 감정과 욕구가 정리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은 내게 서운함을 주었다. 부서의 어떤 사업을 회의를 거쳐 다음 학기부터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 결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듣거나 격려하지 않고 중단 결정에 대한 이유를 추궁하듯 물어본 후,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이 무척 서운했다.

  그리고 더 마음이 괴로웠던 것은 설득이 쉽지 않은 그분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별말 없이 바보처럼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나온 것이다. '다른 사업이 많아서 우리 부서 선생님들이 지쳐 있지만, 계속하면 혜택을 받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분이 말이 맞는 말이긴 하잖아'하고, 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서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서는 타인의 불편한 말에 즉각 반응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속마음과 대화를 해보라고 권한다. 나 역시 "사업 중단에 관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시 협의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일단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침묵 대화를 본다. '내가 보고 들은 게 무엇인지? 지금 내 마음에서 느껴지는 건 뭘까? 내게 중요한 것이 뭘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준비가 되었나?'라는 자기 인식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것이다. '자극 관찰 → 감정의 신호 인식 → 나의 핵심 욕구 탐색 → 요청의 표현' 순으로 생각해 보는 과정이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협의회를 한 후 그분에게 가서 차분하게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이런 말을 덧붙였을 것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나에게 가장 힘든 요청의 표현이다.

  "그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이해하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 준비하는 시간을 길고 챙겨야 할 것이 많아 스트레스도 컸습니다. 홍보를 열심히 해도 참가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고요. 그리고 어떤 날은 수업 준비를 제대로 못 할 만큼 매달려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속 대화를 잘하면 겉 대화도 잘할 수 있다'라고 한다. 물론 상대방의 반응에 대한 예상, 각오, 다른 요청의 준비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대부분은 이런 노력을 무시하고 비웃기 때문에 나만 억울할 수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박재연 님에게 설득되었으므로 불편한 말을 들으면 이런 속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얻는 '글로리'는 내 것이 될 테니까. 


( 다음편 예고 :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 배운 듣기와 거절 방법을 저의 사례에 비추어 살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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