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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보다 강한 것은 □이다?

- '부탁과 거절의 말'을 잘 하는 방법

by 글쓰는 민수샘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의 저자 박재연 님은 유튜브에서도 인기가 많다. 조회수가 700만이 넘는 것도 있고, 오늘 주제와 관련된 '나의 가치를 지키며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방법'은 260만회 정도 된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지속하는 방법만큼, 거리를 두는 방법도 인기가 높은 것을 보니 나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서 다행(?)인 것 같지만 한 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거리 두기도 공부를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박재연 님의 영상에 이런 댓글로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심리적인 것보다 훨씬 강한 것은 돈입니다. 돈 벌기 위해 상대방을 참는 겁니다. 돈 벌려고 유튜버도 하고 돈 벌려고 이곳에 나와 있는 겁니다. 그게 더 정확한 말입니다. 심리적인 것은 충분히 무시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불편한 말을 참아야 하기 때문에 심리학은 필요 없다'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매우 정중한 문제 제기라서 속마음을 추리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려 보았다.


불편한 말을 들을 때 반드시 기억할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쏟아내는 불편한 말은, 요청의 또 다른 말이다”라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 마셜 로젠버그 박사는, '우리의 모든 말은 부탁이거나 감사의 표현(Please or Thank you)'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댓글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불편한 말을 참고 일하고 있다. 당신들도 악플을 참아가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 심리학, 이런 것은 사치이다. 이런 나의 사정을 알아주길 바란다'라는 요청이 아닐까?

지금까지 학교에서 내가 들었던 불편한 말들, 때로는 고통을 주었던 말들 속에는 대부분 '요청의 마음'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 요청을 통해 어떤 욕구를 해소하고 싶은 것인지까지 인내심을 갖고 들어보고, 상대에게 나의 욕구도 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박재연 님은 말한다. 즉, "당신의 욕구는 이건데 내 욕구는 이거니까 절충하려면 어떤 게 좋을까"를 논의하는 상호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필요 없게 되는 사고방식이 있긴 하다. 이것도 심리학보다 돈이 힘이 세다고 믿는 경우인데, 어떤 교사가 '나는 월급을 받기 위해 수업을 하고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불편한 말과 행동도 참거나 무시하면 된다'라고 굳게 믿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심리학은 물론 인간에 대해 어떠한 긍정적인 기대도 하기 힘들 것이다. 수업을 방해하며 불평하는 학생이나 담당 업무에 시비를 걸고 반대하는 동료와 마주 앉아 서로의 욕구와 가치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신에, 그러한 불평과 시비를 월급에 따라오는 대가로만 여긴다면 학교생활이 너무 짜증 나고 우울하지 않을까? 나 역시 이런 기분으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는 것은 복종 뒤에 찾아오는 허탈한 분노와 희생 뒤에 차오르는 자기 연민밖에 없었다.

그들의 불평, 불만, 비난의 말을 욕구의 언어로 해석해서 그 속에 담긴 요청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면, 최소한 흑화 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거절할 때나 거절당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서는 다음과 같이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거절의 마음가짐에 관해 설명한다.


거절한다는 것은, 상대의 행위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면서도 동시에 상대와의 관계는 지속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 자체가 어찌 보면 모순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깊이 연결된 상태에서는 이것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나도 이상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이상'인가가 중요하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목적이 지식의 일방적 주입이나, 행정적 업무 처리를 위한 지시와 복종이 아니라고 믿는다면, 모든 부탁과 거절의 말에는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자세가 바로 '인격'이다. 인격을 갖춘 사람이 먼저 인격적으로 비인격적인 말과 행동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고 그것에 기반해서 대화를 시작해야 상호 호혜적인 관계 맺기의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노력했어도 대화가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다시 한번 다행히도, 박재연 님의 '나의 가치를 지키며 상대방과 거리를 두는 방법' 영상에서 이런 경우에 관한 해답을 얻었다.


내 욕구는 항상 최우선시 되는 거죠. 자기애가 굉장히 높은 사람들인 거죠. "니 욕구가 뭐가 중요해. 지금 내가 이게 필요하다는데 니가 나를 따라와야지." … 이런 관계라면 이 관계를 과연 우리가 계속 유지해야 될 만큼, 그것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셔야 된다는 겁니다. … 상대가 내 거절이나 요청을 계속 지속적으로 원천 차단한다면 이 관계는 정말 이어가야 될 가치가 있는가, 이게 저는 대인 관계에서 이 관계의 수명이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관계 단절을 위한 대화의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한 저의 공부는 다음 글에서 나누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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