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튜버들의 인도 영상을 보면, 이 빌런 캐릭터가 반드시 등장한다. 끈질긴 호객 행위와 바가지 씌우기로 악명 높은 릭샤 기사가 그들이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인도의 '오토 릭샤(auto rickshaw)'는 일본의 '인력거(진리키샤)'에서 유래된 명칭이라고 한다. 자전거를 개조한 '사이클 릭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토 릭샤 기사들이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진을 치고 있다.
그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은 좋은 먹잇감이다. 한두 명에게만 사기를 치면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5~6명 정원인 릭샤에 20명 이상 태우고 가다가 경찰에게 적발된 기사도 있는데, 외국인에게 대여섯 배 가격을 받으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떤 유튜버에게는 릭샤 기사들이 거꾸로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사기를 당하거나, 당할 뻔한 모습으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영상 제목부터 '악명 높은 인도 릭샤 기사들의 사기 패턴', '목숨 걸고 타는 광란의 인도 릭샤'처럼 자극적이고, 릭샤 기사와 말다툼을 하고 한국어로 거칠게 욕하기도 한다.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정보를 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특정 직업이나 인종, 국가 전체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문제점도 있다. 20, 30대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가 생각났다. 그 역시 어린 학생에게 사기를 치기 때문이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 /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만만해 보이는 학생에게 자신도 놀라는 금액을 제시했고, 결국 그걸 다 받고 태워다 준다. 그리고 기차역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 랍시요?" 하면서 호객하는 모습도 릭샤 기사와 닮았다.
한국인은 다 알다시피 김 첨지는 열흘 가까이 한 푼도 벌지 못했고, 집에 병든 아내가 있다. 약 한 첨 써보지 못하고 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 사다 주기 위해 욕심을 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운수 좋은 날>을 가르칠 때, 아이들 역시 김 첨지를 사기꾼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이처럼 문학 수업은 비슷한 말과 행동을 해도 인물마다 상황과 동기가 다른 것을 알게 하고, 한 개인의 불행 속에 숨어있는 구조적인 사회 문제를 보도록 한다.
'인도 릭샤 기사들을 이런 관점으로 만나는 유튜버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검색했더니 딱 한 명을 발견했다!
'여행가 두이'라는 청년인데, '인도 릭샤 17시간 타보기, 당신이 몰랐던 인도 릭샤 운전사의 삶과 현실, 힘들지만 행복해요'가 제목이다. 온전히 하루동안 릭샤 기사와 동행하며 찍은 인도판 인간 극장이었다.
<운수 좋은 날>을 다시 가르친다면, 1920년대 조선의 인력거꾼과 현재의 인도 릭샤 기사의 삶을 비교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소설을 읽은 후에, 인도 릭샤 기사의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이들은 모두 사기꾼인가'와 같은 주제로 토론하면 어떨까? '여행가 두이'의 영상은 아껴 놓았다가, 토론을 마친 후에 함께 보고, 각자 느낀 점을 써서 발표해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사회 문제의 원인을 특정 계급, 계층의 탐욕에서만 찾는다면, 숨어 있는 구조적 원인을 볼 수 없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들이 유튜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수업에 활용해서, 우리 아이들이 영상 너머에 숨어 있는 진실을 탐구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