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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Jul 30. 2023

<D.P.>시즌 2 후기와 군 생활 이야기

- 그리고 '군대 폭력'와 '학교 폭력'을 막는 방법에 대한 고민

  오늘은 이상의 소설 <날개>처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드라마 <D.P.> 시즌 2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D.P.> 시즌 2 → <D.P.> 시즌 1


  결론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만들어서 망쳤다'는 것! 시즌 2는 시즌 1이 '명작'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같다. 시즌 2의 사건 자체가 일반적인 군 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블록버스터급이고, 후반부로 가면 탈영병을 쫓는 내용에서 벗어나 미스터리 범죄물로 빠져서 긴장감도 빠져나간다.

  시즌 1은 인물의 심리와 사건 전개의 섬세함이 살아있고 절제미가 있다. 작가와 감독의 창작 역량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 2는 제작자의 입김이 들어가서 그런지 인도 영화 같은 과장된 유머 코드, 신파극처럼 늘어지는 탈영병의 사연, 배우의 카리스마나 액션 장면만 보여주다 설득력 없이 마무리되는 에피소드 등 실망 요소가 많았다. 그래도 이런 소재를 자유롭게(?) 만들어서 세계에 내놓을 있는 대한민국의 높은 민주주의 수준이 위안이라면 위안이 되었다.


2. <D.P.> 시즌 2 → <D.P.> 시즌 1 → 내 군 생활


  시즌 1은 리얼리티가 있어서 내 오감을 자극하며 군 생활의 기억을 불러냈다. 이등병 시절 내무반에서 부동자세로 공포에 떨면서 들었던 고참들의 웃음소리, 일병 시절 온갖 잡일을 다 하면서 맡았던 나의 매캐한 땀 냄새 같은 것들이 나를 다시 소름 끼치게 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부대의 위병소 보이면 진짜로 뒤돌아 도망가고 싶었지만 '무서운 헌병'에게 쫓기는 신세가 될까봐 그러지 못했다. (제대 후 드라마 <추노>를 볼 때, 도망 다니는 노비의 마음에 공감하며 얼마나 몰입했던지...)


3. <D.P.> 시즌 2 → <D.P.> 시즌 1 → 내 군 생활 → 동기 녀석들


  최전방 바로 아래, 훈련이 많아서 힘들었던 포병 부대에서 생뚱맞게도 나는 본부 포대의 계산병이었다. 내무반에 대학교 문과 출신은 나 하나였고, 고참들에게 구박받지 않으려고 한밤중에 화장실에서 삼각 함수를 써가며 계산 연습을 했다.

  '고참에게 맞지 않으려고' 공부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26개월+10일'동안 복무하면서 고참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한 적도 없고, 다행히 구타를 한 적도 없다. 고참에게 꿀밤을 맞거나 기합을 받고, 집합을 당해 욕설은 많이 들었지만 <D.P.>의 탈영병처럼 직접 폭력을 당하진 않았다.

  내가 병장이 돼서야 나 대신 동기 녀석 2명이 불려가서 고초를 당했다는 걸 알았다. 20명 정도 생활했던 내무반에 나와 같은 달에 입대한 동기가 3명 더 있었다. 나는 국문학과 3학년을 다니다 10월에 입대했고, 다른 한 명은 동갑내기로 공대 출신이었다. 이 두 명이 나이도 많고 행동도 느린 군대 부적응 캐릭터였다. 다른 동기 두 명은 공고를 졸업하고 입대해서 나보다 한두 살 어렸는데, 눈치와 행동이 빠르고 손재주가 있어서 훈련과 작업, 내무반 생활에서도 궂은일을 척척 해내는 에이스였다.

  나보다 어린 동기 두 이 없었다면, 고참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나는 엄청난 갈굼을 당했을 것이다. 이들 덕분에 상병, 병장들은 나한테 잔소리는 했지만 약간의 나이 대우는 해주었다. 전산 오류인지, 인원이 모자라서 인지 계산병이 된 나를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고참이 화가 나도 그 두 명만 불러서 화풀이를 했다. 그것도 다 똘똘한 다른 동기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4. <D.P.> 시즌 2 → <D.P.> 시즌 1 → 내 군 생활 → 동기 녀석들 → 학교 폭력


  부대에서 일과가 끝나면, 우리 동기 4명은 막사 뒤에 앉아서 고참들의 군화를 닦았다. 그때 나이 어린 동기 중 한 명은 나를 싫어해서 심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동기들이 말려서 크게 다투지는 않았다. 나는 동기들에게 "야, 몸치인 걸 어떡하냐! 미안해. 이따가 PX나 가자. 내가 쏠게" 하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교사가 된 후, 담임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학급 생활을 바라보면 군대 생활 생각이 자주 났다. 다른 것을 잘해도 학급에서 학교 폭력이 생기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퇴하는 아이가 있으면 담임으로서 허무한 한 해가 되기 때문에 신규 때부터 '모두가 친한 친구가 못 돼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자'를 강조했다.

  특히 군대 시절의 나처럼 '생각 많고 느리고 예민한'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학급 자리 배치를 할 때 신경 쓰고, 그 아이들의 장점이 빛날 수 있도록 1인 1역할을 주었다. 그러면 내무반의 어린 동기 녀석들이 내게 그랬듯이, 교실에서도 활달한 친구들이 소심한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용기를 내도록 격려해 주기도 했다.


5. <D.P.> 시즌 2 → <D.P.> 시즌 1 → 내 군 생활 → 동기 녀석들 → 학교 폭력 → 친구 만들어 주기


  여름방학이 되었지만, 나이 어린 동료 교사의 슬픈 사건 때문에 전국의 교사들은 집단 우울감에 빠져 있다. <D.P.> 시리즈를 보면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폭력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D.P.>의 주인공 안준호도 그렇고, 모든 탈영병도 자신의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기에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나도 요즘처럼 동기끼리 같은 생활관에서 일과 후 시간을 보냈다면, 탈영의 욕구가 거의 사라졌을 것이다.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막기 위해 조직의 문화와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그렇지 못하지만, 교실에서라도 성적, 외모, 부모의 경제력 등으로 아이들끼리 서열이 생기는 것을 막았으면 좋겠다. 그런 차이점보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은 것이 10대의 아이들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소대장 같은 역할을 하는 학교의 선생님들이 '우리 반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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