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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Oct 18. 2023

너희들의 30대는 평가하지 않을게. 그냥 걸어가 봐.

- 제가 같은 여행 유튜버 추천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것은 여행 유튜버들이다. 그런데 최애하는 몇 명을 제외하곤 다 비슷비슷해서 심드렁해질 무렵, 이들을 발견했다! '쿠팡 취직함, 세계여행 끝나니 빈털터리'라는 썸네일이 너무 신선했고, '직장 때려치고 1년 세계 여행하면서 알거지 된 30대 커플의 최후'라는 제목의 영상을 넋 놓고 봤다. 


  한 달후에 올린 영상은 '쿠팡 계약직, 세 달 만에 급기야 승진'이었다. 그 후로 기자로 일하다 퇴사를 결심한 사연과 여행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하루에 2~3편씩 정주행하고 있다. 유쾌 발랄하고 흥이 많은 E 성향 여자와 반대로 ISTJ 성향인 남자 커플의 케미도 재미있다. 기자 출신이라 영상이나 자막도 깔끔하고 가끔 빵 터진다. 



 30대 여행 유튜버들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그들이 내가 30대 때 만난 제자들처럼 보여서다. 나는 처음 교사가 된 32살 때부터 40살까지 고3 담임을  6년이나 했다. 

  성적, 외모, 키, 운동 능력, 부모의 경제력까지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아이들이 풀 죽어 학교에 다니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너희들의 스무 살을 어디에서 시작하든 고등학교 졸업하면 꼭 세계 여행을 떠나봐."라는 말을 자주 했다. 섬나라 같은 한국에 갇혀 있지 말고 넓은 세계로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기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심장이 뛰는지 발견하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에 도전한 누리와 지훈의 모습을 두 눈에 하트를 켜고 보게 된다. 무작정 여행을 떠난 결과로 '경제적 부자유와 영혼의 자유'를 함께 얻었지만, 그 두 가지의 무게를 저울질할 생각은 없다. 이들의 에너지 넘치는 30대를 그 누가 섣불리 평가할 수 있을까?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그만두기 편한(?) 쿠팡 계약직 사원이 되었고, 룰루랄라 즐겁게 일하다 보니 3개월 만에 계획에 없는 승진까지 해서 현장 관리직이 되었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터지면서 예전에 올린 여행 영상도 역주행하고 있고, 구독자도 곧 1만 명을 넘을 것 같다. 내가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바란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이 바로 이런 거였다.


  '물질의 노예가 되지 않고, 내 영혼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는 멋진 말은 많이 했지만, 사실 예전의 나는 10대 아이들의 삶을 쉽게 평가하기도 했다. "너는 이게 문제야. 너는 왜 노력을 안 하니"라고.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지금은 누리와 지훈이의 여행기에 열심히 '좋아요'를 누르면서, 30대가 된 나의 제자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만들어 가고 있을 멋진 인생 여행을 말없이 응원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37YAuM7F99E&t=1223s&ab_channel=%EC%84%B8%EA%B3%84%EB%A5%BC%EB%88%84%EB%A6%AC%EC%A7%80%ED%9B%88NURIJI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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