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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Dec 22. 2023

'금산 간디학교'에 다녀 왔습니다.

- 이범희 교장 선생님과의 추억

  2011년, 최초의 혁신 고등학교인 용인 흥덕고에 지원해서 가게 된 것은 내 교직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이었다.  그 후로 교육 철학, 교직 생활의 목표, 수업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고, 그 사건의 중심에는 이범희 교장 선생님이 있었다.

  당시 흥덕고의 교사와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을 '범희샘~'이라고 불렀다.  2010년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EBS 다큐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매일 아침 등교 맞이를 하며 아이들을 섬세하게 보살펴 주었고, 힘든 기색이 보이는 교사에겐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주셨다.

  2012년부터 연달아 학년부장을 4년 했는데, 어느 해 여름날 범희샘이 바쁘지 않으면 밖에 나가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나는 '무슨 하실 말씀이 있나 보다' 하면서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따라갔는데, 학교 근처 횟집에서 물회를 사주셨다. 평일 대낮 점심시간에, 성인 남자 두 명이 생수를 서로 따라주며 물회에 밥을 말아 먹고 일어섰다. 학교로 돌아갈 때까지 별다른 말씀이 없어서 의아해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고 싶으셨나 보다'하고 짐작할 뿐이었다.

  2020년 흥덕고로 돌아와서 교장실을 지날 때마다, 범희샘 생각을 했다. 힘들어하는 학생과 교사의 옆에 서서 함께 비를 맞아주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그런 범희샘이 작년에 성남시 교육장을 끝으로 교직을 떠나셨는데, 올해 다시 '금산 간디학교의 범희샘'으로 컴백하셨다. 그래서 꼭 가보고 싶었는데, 범희샘이 간디학교 선생님들과 배움중심수업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셔서 며칠 전에 다녀올 수 있었다. 대안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돌봄과 배움, 진정한 성장을 입에 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공립학교 교사들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서 고민을 나누고 왔다.  

  무엇보다 소박한 학교 식당에서 거의 10년 전 그날처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다. <교육에 진심입니다>도 전해 드리고, <이번 생은 교사로 행복하게>도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흥덕고에서 보낸 시간이 씨앗과 거름이 되어 세상에 나온 책들이라 기분이 좋았다.

  학교를 둘러보며 느낀 소감은 아래의 6행시로 대신하고,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금산 간디학교의 중학 과정은 아직 신입생을 모집 중이라고 한다.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금산 간디학교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며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금'산 간디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니 진짜 학교가 있었습니다.

'간'간이 보이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소박하고 따뜻한 배움의 흔적들.

'디'올백보다 몇 만 배 가치 있는 시간과 공간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학'교가 지겨울 만도 한데, 다시 바닥부터 새로운 배움터를 만들고 계신

'교'장 선생님, 우리의 영원한 이범희 교장 선생님! 존경합니다~









http://www.gandhifree.net/


금산간디학교              

숲속마을작은학교, 금산간디학교, 대안학교, 대안교육, 간디학교, 청년자립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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