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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24. 2024

'겨우'에서 '거뜬히'로, '굳이'에서 '그냥'으로

- 2월 교사 워크숍 이야기

  2월 21~23일에 새 학년 교육과정 만들기를 위한 교사 워크숍을 마치고 나니, '연구년이 끝나고 진짜 학교로 돌아왔구나' 하는 감각이 생겼다. 최근에 계속 혁신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2월 워크숍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입장이라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는데, 올해는 마음 편하게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 몸은 감기몸살 후유증으로 힘들었지만, 1년 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나니 다시 '드라마 학교 2024'의 세트장에 들어온 것처럼 설렜다.


  담당 부장님의 세심한 배려로 직접 끓인 어묵탕을 김밥과 같이 먹었고, 바리스타를 초청해서 설명을 듣고 별로 커피를 내려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따뜻했다. (감기약 기운에 해롱해롱 거리다가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쉽다. 커피를 즐기지 못한 것도 아쉽고^^; )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도 성격 유형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힘든 것, 이렇게 해주세요'를 이야기 나누고 정리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다. 성격 유형과 관계 없이 비슷한 내용도 많았는데, 이렇게 발표를 들으니까 다른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학교 안에서 관계 맺기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교과와 학년별로 모여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알차게 진행되었다. 외부 강사에게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와 '모든 교사가 함께 실천하는 독서교육'에 관한 강의를 듣고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교과별 모임에서는 '나의 수업 철학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는가'로 첫 대화를 풀어갔다. 마지막에는 '교과협의회가 잘 이루어지려면'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모든 교과에서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여유 있게 커피와 간식을 나누자'는 내용이 나왔다.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돈독한 관계 형성을 통해 교육활동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학년별로 담임, 비담임 교사들도 따로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학년 비전과 교육중점, 올해 추진할 중요한 교육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도 새로 전입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눈빛을 반짝이며 메모하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모습을 보니, 교장과 교감 선생님도 아닌데도 괜히 흐뭇했다.





 부서별로도 모여서 중요한 활동을 논의하고, 끝으로 '2024년 12달 버컷리스트'를 작성해 봤다. 3월에는 바쁘지만 근처 맛집 탐방, 4월에는 벚꽃 구경, 5월에는 근처 호수 공원 산책, 야구 구경 등등 많은 내용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모아졌다. 막상 개학을 하면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생활 속에서 잊힐 수 있겠지만, 부서 교무실마다 붙여놓고 2~3개라도 실천하면 미리 계획을 세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이렇게 3일 동안의 워크숍을 마치고, 수업 준비와 부서 업무를 시작하니 함께 모여 논의했던 시간의 힘을 마음에 남아서 나를 계속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 혼자였다면, '겨우' 해냈을 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는 실감이 든다. 특히 동료 교사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일도 더 쉬워졌다. '굳이' 도움을 주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버리고, 내게 당장 생기는 것이 없더라도 '그냥'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면서 '나와 우리 학교 아이들도 거뜬히 한 해를 보낼 수 있고, 그냥 좋은 일이 생기기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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