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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16. 2024

연구년이 끝나고 학교에서 다시 사람 농사를 짓습니다.

- This is the city life!

여행을 떠나는 첫 발걸음이 설레는 것은 돌아올 집이 있다는 든든함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식을 마치고 슬릭백 챌린지하듯 교문을 향해 신나게 뛰어가는 것은 개학이라는 평등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년간의 연구년 생활을 즐길 수 있었던 것도 돌아갈 학교가 있기 때문임을 이틀간의 부장 워크숍을 하며 느꼈다.

복직을 앞두고 다시 부장 교사를 맡게 되었지만, 대부분이 초면인 분들과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니 학교를 옮긴 것처럼 두근거렸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땅을 갈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사계절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다가는 삶도 좋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도시의 삶도 싫지 않다.  

직장에서 부서를 옮기고 새로운 책상의 먼지를 닦으며 다시 한 해의 사람 농사를 시작하는 순간이 저릿저릿하다면 괜찮은 삶이 아닐까?

결론이 나지 않아도 점심시간이 되면 회의를 끊고 밖으로 나가 따뜻한 국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매해 똑같은 질문을 다른 동료에게 하는 것이 재미있다.  


다시 책상에 앉아 정식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활동도 신선했다.

옆에 앉은 선생님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1분 동안 단어로 말하고, 그 의미에 관해 묻고 답하는 활동은 서로의 마음속에 모종을 키우는 일이다.  

내가 떠올린 '로맨티스트, 희망, 도전, 실천'으로 멋진 문장을 만들어 나를 소개해 준 옆자리 선생님은 나에게는 어떤 일출이나 일몰보다 신비롭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니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풍기는 사람들의 풍경이 대자연만큼 풍요롭다.

그 속에서 나는 다시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의 삶을 즐기려 노력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잎을 드리우고 열매를 키울 것이다. 

 


(신해철 님의 노래 <도시인>과는 다른 의미로,  'This is the city lif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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