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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14. 2024

삶이 힘든 어른을 위한 영화, <와일드> 추천

- 출근은 트레킹처럼, 퇴근은 캠핑처럼 할 수 있을까?

  4,286km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홀로 종주하는 주인공 셰릴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를 생각하며 걷고 또 걷는다. 영화의 중간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El condor pasa>를 흥얼거리면서, 셰릴은 이 가사를 되뇐다. (아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좋은 노래인데, '누구요? 사이언 도미닉?' 하지 않을까 미리 걱정이 된다.^^;)


"못이 되느니 차라리 망치가 되겠어."


  셰릴이 가장 타락했던 과거와 가장 험준한 코스를 건너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 주는 이 부분이 영화 <와일드>에서 가장 좋았다. 너무 비참해서 매우 아름다웠다. <El condor pasa>의 가사처럼 셰릴은 못이 아니라 망치가, 달팽이가 아니라 참새가 되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타인에게 못질당한 고통과 쾌락을 모두 거부하고, 아름다운 삶을 향해 망치질을 하기 위한 여정이다. 




 Simon & Garfunkel, <El condor pasa>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달팽이가 될 바엔 차라리 참새가 되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못이 될 바엔 차라리 망치가 되겠어요.

Yes, I would

네, 그럴 거에요.

If I only could

할 수만 있다면

I surely would

반드시 그럴 거에요.


Away, I'd rather sail away

멀리, 차라리 저 멀리 배를 타고 떠나겠어요.

Like a swan that's here and gone

마치 여기 있다가 떠난 백조처럼요.

A man gets tied up to the ground

인간은 땅에 매여 있다가

He gives the world its saddest sound

가장 슬픈 소리를 세상에 들려주죠.

Its saddest sound

가장 슬픈 소리를요.


https://youtu.be/mdqTRjbxAEs?si=U0EoQfhA5IbFykxe


 셰릴이 겪은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어디선가 날아온 망치에 두들겨 맞거나 맞는 것이 무서워 스스로 못 박혀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참새나 백조가 되어 날 수 있는데도 달팽이처럼 기어다니고, 작은 방 안이나 도시의 거리에 자신을 가두고 슬픈 소리를 낼 뿐이다. 


  셰릴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영화를 보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못된 사람들은 시원하고 편한 길을 걷는데, 왜 고통받은 사람들만 고난의 길을 걸으며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가?'라는 상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셰릴은 치유와 회복이 아닌 각성과 성장의 길을 걸었다. 단순한 용서와 응징을 넘어서서 '강한 자아'로 세상에 맞서고 행복을 찾는 법을 몸에 익혔다.


  편하게 누워 넷플릭스로 영화 <와일드>를 끝까지 보고 나니, 발바닥이 간질간질해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내 삶에 박혀 있는 못을 빼기 위해 망치를 들어 볼까' 하는 객기가 생겼다. 못을 뺄 힘이 없거나 두렵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반복되는 일상을 여행자처럼 보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곧 다가오는 새 학년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였다면, 일터로 출근해야 하는 내일이 덜 두렵게 느껴졌을 것 같다. 셰릴처럼 모든 것을 박차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떠날 수 없으니, 도보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직장으로 향하면 어떨까? 때로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이나 육체적 피로를, 인생이라는 순례길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것쯤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출근은 트레킹처럼, 퇴근은 캠핑처럼 하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트레킹하듯 일하고,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 있는 텐트로 돌아가듯 직장을 나서면 삶이 더 와일드해져서 오히려 덜 지칠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사소한 일로도 즐겁고,  찰나의 순간에도 감동하면서 인생이라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리며 <El condor pasa>를 다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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