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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09. 2024

클린스만과 벤투, 리더의 전문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리더의 역할

   클린스만 감독의 리더십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시안컵 4강 요르단 전에서 '유효 슈팅 0회'라는 치욕적인 신기록을 대표팀에서 선사(?)한 그는 진짜 보통 인물은 아니다. 그렇게 헌신적인 손흥민마저 대표팀에 대한 회의감을 표출하게 했으니, 클린스만의 리더십은 연구 대상이 될 것 같다. 


 사태가 이쯤 되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모두가 뒤늦게 명관임을 알아차린 벤투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4년 반여 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최장수 감독 기록을 세웠고,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벤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업그레이드된 '벤쓰리' 감독을 찾다가 월드 클래스 선수 출신의 클린스만을 선임했지만, 이젠 '벤원' 수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났으니 참 답답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가장 큰 문제는 흔히 전술의 부재, 즉 전문성의 부족을 지적하는데, 그것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클린스만과 벤투의 차이는 마음이 향해 있는 곳에 있다. 마음이 가면, 당연하게 눈과 귀도 따라간다. 더 보고 싶고, 듣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한국 축구 대표님 감독이라면 당연히 한국 축구 선수들을 자주 보고, 그들에 대해 자세하게 묻고 들어야 한다. 그런데 클린스만은 미국에 거주하며 K리그에는 관심이 없었고, 여론에 떠밀려서 억지로 관전하는 이벤트를 할 정도였다. 



  연구 결과를 보면 리더십의 공통된 속성으로 '목표 지향성, 공동체성, 과업 주도성, 전문성' 네 가지를 제시한다. 독일 대표팀을 비롯해서 감독 클린스만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를 보면 정신 무장, 동기 부여에만 신경을 쓴다는 혹평이 많았다. 지금은 그것마저도 제대로 못 하고, "4강에서 탈락한 것이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로 한국인들의 찢어진 자존심에 소금을 투척하고 있다. 


  벤투는 달랐다. '공동체성'이 있었다. 공동체성은 리더가 조직에서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른 구성원과 관계 맺고,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속성으로서 구성원 모두에게 '우리 의식'을 심어주고 협동 작업을 촉진시켜 주는 능력으로 드러난다. 

  벤투 감독에 관한 뉴스를 검색하다가, K리그 관전을 보조했던 축구 협회 관계자분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는 4년간 벤투 감독과 함께 K리그 경기장을 찾다 보니, 거의 주말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만큼 벤투는 한국 축구와 하나가 된 것이다.



  위에 나와 있듯 벤투 감독의 K리그 관전은 경기만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K리그 선수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얻고, 구단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경기 관전 후에는 전국 맛집에서 코칭 스태프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한국 사람처럼 4년 반을 보냈을 것이다. 

  그랬던 그였기에, 대표팀 선수 누구를 만나도 소통이 잘 됐을 것이고, 선수들도 친근감을 느끼면서 '우리나라 감독님'이라는 믿음이 생겼을 것이다. 아마도 클린스만은 해외파 선수들 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만 줄창 기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혹사당하는 해외파도 그렇고, 자기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는 국내파도 불만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


  이번 클린스만 사태를 보며, 벤투 감독을 다시 보게 되었다. 교사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 교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표정과 몸짓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잘 알려고 노력하면서 정서적으로 지원해 주고, 그들의 관계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간다면, 교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생동감 있게 상호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사의 짧은 말 한마디도 힘을 갖게 되어 목표 지향성이 생길 것이고, 아이들에게 맞는 적절한 지도 방법을 찾게 되면서 변화를 촉진하는 과업 주도성도 갖추게 된다. 또한 학생들을 잘 아는 만큼 개개인의 성취도를 높여주는 전문성도 실현될 수 있다. 

  축구 감독이 평소에 선수들을 살피듯 아이들이 모든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포메이션과 전술을 짜듯 모둠 배치와 활동 방법을 고민하고 싶다. 경기가 안 풀릴 때 전술을 바꾸고 선수를 교체하듯 수업이 잘 안될 때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모둠을 새로 바꾸거나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싶다. 


 이렇게 두 감독을 비교하면서 그라운드에서도, 교실에서도, 다른 직장에서도 리더의 몸과 마음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리더의 전문성도 사람에 애정과 관심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해준, 참으로 고마운(?) 클린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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