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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수샘의 장이불재 Feb 04. 2024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는 경기가 끝난 후에 시작된다

- 아시안컵 8강 호주전 종료 후 영상 꼭 보기

  아시안컵 8강, 호주전은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지만,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진짜 영화가 시작되었다. 조별 예선부터 전 경기 풀타임을 뛰고 있는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탈진 상태가 되어 그라운드에 쓰러진다. 그리고 오열한다. 4번째 아시안컵에서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그의 간절함이 눈물이 되어 잔디를 적셨다. 

  동료들이 다가와 등을 토닥이고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시간을 재보니까, 50초 동안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치열했던 경기를 승리로 끝내고 자기 내면과의 대화도 마친 손흥민은 늘 그랬듯이, 그라운드에서 진짜 댄스를 보여주었다. 우리 팀, 상대 팀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손을 잡아준다. 경기 중에는 승리를 향해 맹렬하게 같은 편 선수와  군무를 추고, 승부가 갈린 후에는 상대편 선수와도 합을 맞춰 춤을 추듯 서로를 격려한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난 친분이 있더라도, 끈질기게 득점을 저지한 호주팀 골키퍼와 찐하게 포옹하고 애틋하게 서로의 잡은 손을 놓은 모습은 살사 댄스의 한 장면 같았다. 




  그리고 홀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도 독무처럼 아름다웠다. 천천히 걸어가며 손을 흔들고 눈을 맞추는 장면은 언제나 발레처럼 우아하다. 이때는 관중들도 열심히 춤을 춘다. 저마다 다른 동작으로, 다른 의상과 소품으로 관중석 전체를 공연장으로 바꿔버린다. 

  그래서 선수들만큼 관중들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흥민 행복 절대 지켜'라는 글귀를 든 팬의 앞을 지나갈 때는 나도 코끝이 찡해졌다. 유니폼이 너덜너덜해지고, 두 무릎에 피멍이 들었어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무대 의상이었다. 



  유튜브에서 손흥민 선수의 경기 후 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항상 즐겁다. 축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우리나라 10대 아이들에게 호주전 종료 후 영상을 보여 주고 싶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힘든 분들도 많이 보면 좋겠다. 그의 투혼과 눈물, 동료와의 포옹, 관중에게 보내는 감사까지 지켜보면 마음속에 차오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은  올해 31살이 된 손흥민이 그의 전성기에 국가대표로서 마지막으로 우승할 수 있는 대회라고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이번 대회를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라고 부르는데, 그의 인생에서 진짜 라스트 댄스는 경기 후에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댄스는 경기를 직접 본 관중뿐만 아니라, TV로 지켜본 모든 이들도 함께 춤을 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미움받을 용기2」에서 행복한 인생을 댄스에 비유한 부분을 다시 인용해 본다. 


 자네는 지금 인생이라는 무도회장의 벽 앞에 서서, 그저 춤추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네. '이런 나와 춤을 출 사람이 있을 리 없어'라고 단정 짓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운명의 상대'가 손을 내밀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 더이상 비참한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나를 싫어하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을 보호하면서.……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겠지.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온 힘을 다 해 춤을 추게. 운명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네.


  자신의 행복한 인생을 열심히 만들어가는 것,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은 댄스와 비슷하다. 혼자서는 외롭고, 재미없고, 쉽게 지친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많은 우리 아이도, 그리고 인간관계나 먹고 사는 일에 지쳐있는 어른들도 손흥민처럼 춤을 추면 어떨까? 


  수업이 끝나고, 혹은 일을 마치고 나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잡고, 천천히 스텝을 맞춰 함께 리듬을 따는 댄스를 시작해 보자. 손흥민 선수가 그렇게 하듯, 부담이 많고 힘들어도 남들보다 더 세게 손을 잡고 포옹하고 손뼉을 쳐주는 것이다.  2024년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도 용기를 내어 말 한마디를 건네고, 다른 사람을 위한 선한 마음을 감추지 말고 소박하게라도 실천하는 '퍼스트 댄스'에 나도 도전하고 싶다. 밖에서 구경만 하지 않고, 무도회장에 입장하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jYxZfIVFc&ab_channel=%EC%97%A0%EB%B9%85%EB%89%B4%EC%8A%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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