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민수'의 고3 2학기 첫 수업 이야기

by 글쓰는 민수샘

올해는 2학기 개학이 빠르다. 8월 12일 오전을 지나 급식을 먹고 교무실에 앉아 있으니, 3주간의 짧은(?) 여름방학이 가상 현실처럼 느껴진다. 어제도 출근했던 것처럼 복도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교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느낌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INFJ(인프제)' 성향인 나는 새로운 일에 매우 예민해서 걱정을 달고 사는 편이다. 2월 말에는 잠도 설치고 3월 첫 수업 계획을 썼다 지웠다 하며 초조해한다. 2학기 개학을 앞두고도 비슷했다.


그런데 24년 교직 생활 동안 고3 비담임이 처음인 올해는 여름방학 동안 마음이 가볍고 느긋했다. '고3 교과 전담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수업과 시험 부담이 적은 2학기 때문이다. 수시에 꼭 붙어야 하는 아이는 원서 접수와 전형별 평가에 집중하고, 정시에 올인하는 아이는 수업과 수행평가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고3 2학기 내신은 '버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2학기 개학이 다가오자 다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다가온 첫 수업 시간, 고민 끝에 나는 "수업을 들은 사람은 듣고, 안 들을 사람은 조용히 할 일 하세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대신 2학기에 한 번만 보는 10월 초 지필고사까지는 최대한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졸업한 후에 다시 수시에 지원할 수 있어요. 정시 합격자 중 N수생이 60% 이상이라 재학생이 정시로 대학 가는 것도 매우 힘들고요. 그러니 고3 2학기 내신을 쉽게 버리면 안 됩니다." 하고 부탁했다. 덧붙여서 수시에서 졸업생의 고3 2학기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의 이름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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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에는 '심화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선택 과목이 바뀌어 새로 만난 아이들이 절반 정도 되었다. 그래서 진도는 다음 시간부터 나가기로 하고, 수업용 단톡방을 만든 후 간단하게 아이들이 자기를 소개하는 온라인 설문을 받았다. 진로 희망과 수능 국어영역 응시 여부, 목표 등급 등을 묻고 '민수샘에게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적게 했다.


걱정이 많고 상처를 잘 받는 나는, 거꾸로 쉽게 낙관적이 되고 작은 것에 감동하기도 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갑게 맞이해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희망이 생겼고, 아이들이 설문에 적어준 글을 읽으며 뭉클해졌다. 수업도 사람의 일이라 막상 교실에서 만나면 소속감이 생기고, 서로가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유대감이 쌓이게 된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적은 아이도 있었는데, 두 번에 나눠 10년을 근무하고 있는 '흥덕고 고인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2학기도 똑같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적은 아이도 있어서 기뻤다. 소속감과 유대감을 계속 나눠 갖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약속한 것처럼 "앞으로 몇 명이 듣든, 수업 준비는 최선을 다해 해올 거예요."라는 말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구조적으로 N수생을 양산하는 입시 제도와 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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