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상상

- 여름방학의 끝을 잡고

by 글쓰는 민수샘

평일 아침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집을 나서

한산한 정비소에서 엔진 오일을 갈고

남해의 잔향을 느끼며 자동차 바닥의 모래를 떨어낸다.

부모님 댁에 들려 올림픽 뉴스와 폭염경보로 수다를 떨고

에어컨 전기세 줄이는 방법을 전한다.

80대 초반의 엄마가 일용할 반찬을 챙겨주는 동안

엄마가 어제 일을 자꾸 까먹는다는 80대 중반 아빠의 걱정 소리를 듣는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설거짓거리를 격파하고

평일 오후에 거실에 앉아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유튜버와 동행을 하다

2학기 시간표를 보내줄 때가 됐는데

하는 생각에 첫 시간 수업 구상을 시작할 구상을 한다.

수업 준비는 내일모레부터 하기로 정하고

소파에 누워 직장에서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속절없이 고마운 상상을 해 본다.


돌아갈 학교가 없이 날마다 방학 같은 하루를 보낸다면

늘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엄마와

엄마의 기억력을 체크할 정도로 정정한 아빠가 없다면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는 아내와

삼시세끼를 잘 받아먹는 아이들이 없다면

시답잖은 글이라도 풀어낼 수 없다면


참 쓸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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