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선 시를 쓰지 말기

by 글쓰는 민수샘

카페에 시를 쓰러 왔다가 이별 중인 연인을 만났다.

맞은 편 자리에 마주 앉아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컵에서 흐르는 물방울만이 정지 화면이 아니란 걸 알려줄 뿐.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여기 하나라 옮기지도 못하고

드라마를 보듯 이별의 지평선에 빠져들었다.

쓰려던 글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샛길 구덩이에 빠졌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아이스가 사라질 무렵

남녀 사이에 잔잔한 대화의 강이 흐르더니

여자가 티슈로 눈물을 닦았다.

남자가 황급히 일어나 옆자리로 가 뭐라고 속삭이더니

한 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일어나 밖으로 향한다.

나란히 나갔으니 이별은 없을 것 같다.


다행이네, 혼잣말이 나왔다.

자식뻘들의 이별을 걱정할 나이가 되었나, 한숨도 나왔다.

내가 쓰려던 시가 뭐였더라,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생명이 어쩌고 사랑이 어떻고, 키보드를 두드리긴 했는데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머릿속에서 나가버렸다.


눈을 흘기며 뛰쳐나갔을 나의 시에게

오늘 이별한 나의 시에게

이별의 위기처럼 시적인 순간이 어디 있냐며

평일 한낮 북적이는 카페에서의 이별이 진짜 생명, 진짜 사랑

진짜 시가 아니겠냐고

미지근한 커피처럼 변명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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