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 '중증외상센터'만큼 재미있는 '중증돌봄센터'이야기

by 글쓰는 민수샘

요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화제다. 그런데 나는 은밀하게 '중증돌봄센터'가 무대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제목은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작년에 사놓고 나랏일을 걱정하느라 못 읽고 있다가 문득 눈에 띄어 펼쳤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일본 오키나와의 정신과 클리닉에서 임상심리사로 일하게 된 청년의 성장기라서 소설처럼 잘 읽히고 간간이 키득거릴 수 있는 장면도 있다. 교토대 심리학 박사인 도하타는 27살에 첫 직장인 이곳에 왔다. 하지만 전공인 카운슬링보다 '멤버'라고 부르는 환자들과 함께 먹고, 놀고, 운동하고, 데리고 오고 데려다주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임상심리학 전문가인 작가가 전하는 '의존'에 관한 고찰이 흥미롭다. 조현병, 우울증 등을 지닌 환자들이 찾아오는 주간 돌봄센터가 배경이라 정상적인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전쟁터에서 진정한 사랑이 꽃피듯 정신과 클리닉에서 '진정한 의존'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의존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앉아 있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환경에 내 몸을 맡길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며 가짜 자기를 만들어내고, 어떻게든 그곳에 '있으려고 노력한다. 살아남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 온전히 기댈 때, 의존할 때는 '진정한 자신'으로 있고, 그럴 수 없어지면 '가짜 자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있기'가 괴로워지면 '하기'를 시작한다. 뒤집어 말해 '있기' 위해서는 그곳에 익숙해지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는 사실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의존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의존하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주간 돌봄 시설로 찾아온다. 돌봄 시설의 목표란 다치지 않을까 쉽게 겁먹는 사람들에게 엉덩이를 맡기고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있기' 위해서 '있기'. 이상한 나라의 동어반복이 벌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있다'의 반대말은 '없다'가 아니라 '하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있다'가 어느 곳에서 떠나지 않고 머무른다는 동사인 동시에, 인간으로서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라는 형용사의 의미도 머금고 있음을 느꼈다. 무엇을 하는 것 이전에 사회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것이고, 평화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서도 가치 있는 일이다.


반면에 돌봄에 의욕이 많아 이것저것을 준비해서 하게 되면, 돌봄이 가르침으로 변질될 수 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규칙을 정해 활동을 하고, 치유를 위해 상대방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의도는 좋지만 오히려 편하게 있는 것을 방해하고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도 일단 몸에 힘을 빼고 엉덩이를 편하게 붙이고 '여기에' 앉아 있어도 좋겠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냥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면 어떨까? 편안한 노래를 들으며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잠시 멍때리면 어떨까? 그러다 입이 간질간질한 사람이 있으면, '지금 이 느낌'을 들어보며 공감하면 어떨까?


이 책은 몸과 마음에 병이 있는 어른을 돌보는 특별한 곳에서 특별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이가 어린 학생이나 어르신을 돌보는 분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음미할 만한 내용이 많아서 추천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번 설날에는 떡국 말고 국수를